'BEARS TV'를 통해 영화 와일드 씽 니가 좋아 챌린지를 선보인 곽빈. BEARS TV 영상 캡처 양의지(39·두산 베어스)는 15일 발표된 2026 KBO 올스타 팬 투표 2차 중간 집계에서 173만 4348표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투표 시작 2주 만에 지난해 자신의 최종 득표수(64만 7810표)를 훌쩍 넘었다.
지난 15년 동안 리그 최고의 포수 자리를 지키며 쌓은 명성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양의지가 올해 유독 높은 인기를 얻은 배경은 따로 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합작한 쇼츠(짧은 동영상)가 동영상 플랫폼을 타고 큰 화제를 모은 덕분이다.
양의지의 응원곡 '꽃집의 아가씨'와 지난달 재결성해 컴백한 아이오아이 타이틀곡 '갑자기' 후렴구의 선율이 비슷했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두 곡을 섞었다. 갑자기 가사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대신 '자려고 누웠는데 양의지(자·누·양)'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퍼졌다. 더불어 아이오아이의 갑자기도 음원차트 최상단에 올랐다.
양의지(가운데)가 지난 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아이오아이 멤버 김소혜(맨 왼쪽) 임나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아이오아이 멤버 청하(맨 왼쪽) 전소미와 함께 챌린지 쇼츠 촬영을 소화한 양의지. 스윙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캡처
이후 아이오아이 측의 제안으로 멤버 청하·전소미 그리고 양의지의 쇼츠 촬영이 성사됐다. 양의지도 야구팬 그리고 자녀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자·누·양'은 오페라·레게·요들 등 수많은 버전으로 재생산됐다. 지난 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아이오아이 다른 멤버 김소혜·임나영이 시구·시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KBO리그 '1차 생산자'인 선수가 야구 외적인 콘텐츠에서 화제를 모은 사례다. 이전에도 야구와 관련된 밈(Meme·유행 콘텐츠)은 종종 있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2013년 야구 게임 광고에서 남긴 '번·저·강(번트요? 저 강민호인데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협업이 이뤄지고, 그 영향력이 쌍방으로 증폭된 점에서 '자·누·양'은 새로운 현상이었다.
두산 유튜브 채널(BEARS TV)은 '자·누·양'으로 커진 관심에 불을 지폈다. 올스타 팬 투표 후보로 오른 선수들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제작한 것. 에이스 곽빈은 1990년대 가수들의 복귀 에피소드를 그리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와일드 씽 최성곤 캐릭터(배우 오정세)의 '니가 좋아' 챌린지에 가세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산 마케팅팀 관계자는 "양의지 선수 영상에 팬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베어스티비 담당자들이 후속편에 욕심을 갖고 많은 준비와 기획을 했다"라면서 "선수들이 우리한테 '고소하겠다'라고 농을 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을 위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등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김도영 화보 스토리북 'The Young King' 속 콘텐츠. 사진=MVP스포츠
과거 KBO리그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스포츠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야구 현장에서 나오는 여러 스토리가 기업의 제품·서비스 광고 소재로 쓰인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지난 4월 모기업 계열사 음료 제품의 유머 소구 광고 모델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피부 관리에 진심인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선크림 제품 모델이 됐다. 선크림을 잔뜩 발라 얼굴에 백탁 현상이 온 15년 전 '흑역사' 사진이 광고 스토리에 녹아들었다.
슈퍼스타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지난해 3월,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화보 스토리북을 발간했다. 선수나 팀의 이야기를 담은 서적도 쏟아졌다. 야구 선수가 언급한 맛집은 직관(직접 관란)에 나선 팬 사이 '성지'가 되기도 했다.
한 야구 유튜브 채널 제작 PD는 "선수의 경기 준비를 방해하지 않고, 스포츠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여성, 젊은 층 야구팬이 크게 늘어나면서 제작물에 대한 호응이 크게 커졌다"라고 했다. 콘텐츠 생산 주체가 된 야구 현장. 제작자들은 의욕만큼 부담도 늘어났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