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인생에서 이런 푼수 같은 역할은 처음이었죠. 평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데뷔 30년 차. 1997년 MBC 2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허준’, ‘잘했군 잘했어’, ‘광개토태왕’ 등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탄탄한 안방극장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승수. 작품을 보는 눈이 한층 깊어진 지금, 그는 “인생 작품을 만난 것 같다”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김승수는 현재 출연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이하 ‘사랑처방’)를 두고 “요즘 보기 드문 무자극 청정 가족 드라마”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처방’은 30년 동안 악연으로 얽혔던 두 집안이 오해를 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결국 하나의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다.
극중 김승수는 공명정대한의원 원장이자 공주아(진세연)의 아빠 공정한으로 출연 중이다. 동네 주민들에겐 더없이 따뜻하고 소탈한 의사지만, 집안에서는 알아주는 ‘고집불통’에 철부지 남편이다. 사진=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공정한을 두고 “철없고, 가족보다 남한테 퍼주기 좋아하는 인물”이라 소개한 김승수는 “사람들이 평소 제 수트 입은 이미지 때문에 딱딱하게 보시는데, 실제 성격은 ‘동네 한량’에 가깝다. 옷도 티셔츠만 대충 걸치고 다닌다”며 의외의 싱크로율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극단적인 면은 닮았어도 실제 가정을 꾸린다면 정한이처럼 밖으로만 돌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집안일에 끔찍이 신경 쓰는 남편이 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 인터뷰 당일은 10개월 가까이 달려온 ‘사랑처방’의 마지막 세트 촬영 날이었다. 김승수는 “한겨울 추위를 혹독하게 버텨내니 이젠 한여름 야외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날씨 때문에 고생은 좀 했어도 촬영장 분위기 하나만큼은 진짜 가족이었다. 식사 시간마다 모여서 집안 얘기, 개인사 얘기를 나누느라 바빴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진짜 가족 같은 현장, 그 중심에 있는 파트너 유호정과의 차진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도 유호정을 “여보”라 부른다는 그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부부 호흡이다. 워낙 평소에도 자주 보는 사이라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호흡 걱정은 1도 안 했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이어 “나이 먹고도 철없는 남편과 잔소리하는 아내의 모습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부부상 아닐까 싶다. 그만큼 시청자분들도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KBS Drama’ 캡처 ‘사랑처방’이 안방극장을 단단히 붙잡아 둔 비결이 단지 따뜻함뿐만은 아니다.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온 의원을 물려받은 공정한과 양동익(김형묵)의 불튀기는 라이벌 구도는 극에 쏠쏠한 조미료 역할을 해냈다. 워낙 격렬하게 부딪히는 신이 많다 보니 “서로 개인사까지 싹 다 꿸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김승수. 그는 “상대가 김형묵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차진 호흡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쯤 되면 올해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 정도는 노려봐도 되지 않겠냐고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유쾌한 탐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또 다른 축을 담당한 김형묵·소이현 커플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재혼 설정이라는 콘셉트인데, 소이현이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세리 캐릭터를 귀여움과 얄미움을 동시에 넘나들며 너무 잘 살려줬다”며 동료 배우들을 두루 챙겼다.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겨둔 ‘사랑 처방’은 지난달 28일 자체 최고 시청률 15.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찍으며 기분 좋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20%대 고지에는 미치지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WBC 중계와 맞물리며 대진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승수는 “WBC 중계에 따른 연속 결방과 편성 변경 탓에 흐름이 자주 끊겼던 게 사실”이라며 “시청자분들이 유입될 만하면 편성 이슈가 생겨 방영 패턴에 영향을 준 점이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마지막까지 시트콤 같은 유쾌하고 알찬 매력이 이어지니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우 김승수 / 사진=본인 제공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예능에서의 활약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던 김승수에게 이번 ‘사랑처방’은 본업인 ‘배우 김승수’의 저력을 다시금 증명해 준 귀한 시간이었다. “대본 보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지금 다시 연기하면 더 망가지고 친근하게 잘할 자신이 있다”며 공정한 캐릭터에 푹 빠진 모습을 보이던 그는 마지막으로 작품이 가진 의미를 짚으며 인터뷰를 맺었다.
“연기하면서 큰 희열과 위로를 동시에 받은 작품이에요. 시청률 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지라도, 제 서른 해 배우 인생에서 대표작 톱3를 꼽으라면 무조건 들어갈 겁니다. 혹시라도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이 따뜻한 드라마를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