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팬이 되는 데는 여러 계기가 있다. 그중 가장 익숙한 건 한국 선수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맨유를 응원하기 시작하거나,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활약하면서 토트넘 팬이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팬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특정 팀에게 마음을 빼앗겨 '내 팀'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팬들은 이를 '팀내림(팀+신내림)'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을 만나 그들의 '팀내림' 과정을 들여다봤다.
맨시티 팬 크리에이터 함정민 씨. 코리안시티보이 SNS 맨시티 팬 함정민 씨에게 처음 운명처럼 다가온 선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였지만, 아구에로가 맨시티를 떠난 뒤에도 그의 응원은 끝나지 않았다. 특정 선수를 따라 시작한 관심이 어느새 맨시티라는 팀 자체를 향한 애정으로 바뀐 것이다. 팀과 관련된 소식이라면 놓치지 않는 '찐팬'이 됐다.
하지만 주변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함께 맨시티를 이야기하고 응원할 사람이 필요했던 함 씨는 직접 유튜브 채널 '코리안 시티 보이'를 만들었다.
맨시티와 관련된 국내 행사가 열리면 카메라를 들고 최대한 현장을 찾았다. 이번 방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단이 입국한다는 소식에 인천공항을 찾았고,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 약 3시간을 기다렸다.
중학교 3학년 이하울 씨의 팀 선택은 조금 달랐다. 아틀레티코를 아틀레티코의 '코'와 마드리드의 '마'를 따 '꼬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씨 역시 2023년부터 팀을 응원해 온 '꼬마' 팬이다.
이 씨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팀보다 나만 좋아하는 팀을 원했다"고 아틀레티코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에서 올라오는 팀 관련 소식이나 콘텐츠를 직접 찾아 번역하며 정보를 접하는 것도 팬으로서 즐거움 중 하나다.
이번 방한에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 선수단이 정확히 언제 한국에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직접 항공사 홈페이지까지 뒤져 입국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무작정 공항으로 향했다.
구단 공식 SNS에 게재된 이한울 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SNS 캡처 첫날에는 선수단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공항을 찾았고 결국 선수들에게 사인받는 데 성공했다. 아틀레티코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이 씨의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틀레티코가 최근 이강인을 영입하며 한국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이 크다고 했다. 이강인이 오기 전부터 아틀레티코가 한국 팬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강인의 합류를 계기로 구단이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등 한국 팬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팀내림'은 거창한 이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순간 마음을 빼앗겼고, 그렇게 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