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전만 해도 왼손 투수 이의리(24·KIA 타이거즈)의 보직은 '선발'이었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함께 개막 2연전 중책을 맡았을 만큼 팀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기복이 발목을 잡았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끝에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공교롭게도 KIA의 왼손 계투진에는 연이어 변수가 터졌다. 1옵션으로 꼽히던 곽도규가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김범수와 최지민까지 흔들렸다. 베테랑 이준영마저 팔꿈치 문제로 시즌 내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이의리. KIA 제공
이의리의 역할 변경은 '울며 겨자 먹기'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변화가 나타났다. 불펜으로 이동한 이의리가 이전보다 한층 안정된 투구를 보여준 것이다. 구속과 구위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선발 등판 때 반복됐던 제구 불안도 조금씩 줄였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선발로) 길게 던질 때보다 (불펜 투수로) 던질 때 볼넷 허용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변화의 배경에는 '단기 연수'가 있었다. 이의리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지난 6월 10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팀 동료 김시훈·홍민규·강효종과 함께 일본 지바현의 퍼포먼스 센터(NEXT BASE ATHLETES LAB)에서 제구력을 다듬었다. 투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을 점검하고, 보다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히 휴식 차원이 아니라, 약점을 들여다보고 보완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의리가 시즌 중 다녀온 일본 퍼포먼스 센터와의 협약식 모습. KIA 제공
KIA 구단도 연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의리가 훈련한 퍼포먼스 센터와 업무협약까지 진행했다. 향후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컨디셔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KIA가 바라보는 목표는 단순히 5강 진입에 그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시즌 후반 짜임새 있는 불펜 운용이 필수적이다. 여러 변수가 겹친 상황에서 이의리의 안정적인 투구는 KIA 왼손 불펜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기존의 1옵션, 2옵션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에 따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키맨'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호랑이 불펜'에 숨통을 틔워줄 또 하나의 왼손 카드. 이의리의 변신이 KIA의 후반기 승부처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