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김영웅. 삼성 제공 "위기, 패기, 다시 인기."
등장곡 가사처럼 김영웅(23·삼성 라이온즈)이 다시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영웅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만루포로 4타점을 쓸어 담았다.
김영웅의 한 방은 5회 초 나왔다. 삼성이 5-2로 앞선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키움 정현우의 시속 124㎞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는 쭉 뻗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는 무려 135m. 대형 만루홈런이었다.
사실 이날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김영웅의 시즌 타율은 0.179에 그친다. 스스로도 올 시즌을 두고 "야구하면서 제일 안 좋은 시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부진으로 인해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정비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26일 경기 전 만난 김영웅. 고척=김수민 수습기자
2군에 내려간 김영웅은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그는 "솔직히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 받았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이미 엎질러진 거고, 팀만 우승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꿨다"라고 전했다.
타석에서의 접근법도 달라졌다. 그는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공도 많이 보고, 볼넷이라도 출루하면 무슨 일이든 벌어지니 그런 식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타격감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퓨처스(2군)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4타수 3안타 2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방망이를 예열했다. 하루 뒤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26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김영웅. 삼성 제공 김영웅은 복귀 첫 경기에서는 침묵했지만, 25일 2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비결은 구자욱의 한마디였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김영웅에게 구자욱은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려라"고 조언했다. 김영웅은 곧바로 안타로 화답했다.
그리고 26일, 기다리던 한 방이 터졌다. 경기 전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신 것도 감사하고, 믿어주시는 만큼 제가 보답을 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던 그가 만루포를 터뜨리며 믿음에 보답했다.
이는 개인 통산 4번째 만루홈런이다. 만루에서 유독 강한 비결에 대해 김영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만루 상황이 오히려 편하다. 무사 상황에서는 병살타가 나와도 1점이 들어온다"며 "내 타점으로 기록되지 않아도 팀이 1점 내는 것이니 상관없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 김영웅은 "개인 성적보다 팀이 1승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르니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된다고 (최)형우 선배님과 자욱이 형이 미팅에서 이야기해 주셨다"고 말했다.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의 경기 결과를 살피는지도 물었더니, 김영웅의 답은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