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인턴’이 11년 만에 한국식으로 돌아왔다. 좋은 어른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연 1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을 만큼 새로워졌는가?’라는 질문엔 물음표가 붙는다.
이야기는 출판업계에서 37년 동안 일한 기호(최민식)가 패션 기업 우투투의 실버 인턴으로 지원하면서 시작된다. 기업의 절세를 위해 실버 인턴을 채용하는 우투투에 합격한 기호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직원들 사이에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낯선 문화와 세대 차이에 던져졌지만 오랜 직장 생활에서 쌓은 연륜과 경험으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우투투의 대표 선우(한소희)는 회사를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키워낸 감각이 있는 대표다. 성동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그만큼 일에 치여 사는 인물이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영을 대신 맡아줄 전문 CEO가 필요하다는 압박까지 받게 되고, 자신이 일군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처음에는 좀처럼 맞지 않을 것 같았던 기호와 선우가 부딪히고 적응하기를 반복하면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는다. 젊은 대표인 선우는 노년의 인턴에게서 삶의 지혜와 위로를 배우고, 은퇴했던 기호는 선우와 젊은 동료들 사이에서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인턴’은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이 사랑받았던 가장 큰 이유이자,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좋은 어른’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따뜻함을 준다. 상대의 삶에 함부로 답을 내리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에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기호의 모습은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일까’라는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다만 이야기의 기본 줄기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문제다. 한국의 정서에 맞게 곳곳을 손봤지만, 11년 전 이야기의 큰 줄기가 그대로 흘러가다 보니, 한국적으로 재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올드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비주얼적으로 보는 재미가 11년이라는 시간만큼 발전했느냐고 묻는다면 선뜩 그렇다고 답하기도 어렵다. 특히 선우가 갑작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뒤 이야기와 감정선과 좀처럼 맞물리지 않는다. 한소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으나, 영화의 흐름 안에서는 뜬금없는 장면으로 느껴져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 사이사이에 듬성듬성 끼어드는 장면들 때문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감동을 향해 차곡차곡 쌓여야 할 감정이 중간중간 끊기면서 정작 마음을 울려야 할 순간에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영화가 주는 따뜻함은 중반부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럼에도 최민식은 역시 최민식이다. 힘을 주지 않아도 기호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그의 연기 덕분이다. 오랜 세월 사회생활을 한 사람이 가진 여유를 담백하게 표현해낸다. 기호를 새로운 세대에 적응해 나가는 완벽하지 않은 한 사람으로 그려내면서도, 영화가 던지는 ‘좋은 어른’이라는 화두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소희는 패션 회사를 이끄는 젊은 대표 선우 역에 맞게, 화려한 스타일링을 소화하는데 화면을 보고 있다가 새삼 얼굴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이 몇 차례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또 주변 인물들이 만드는 소소한 웃음들도 있다. 기호와 함께 인턴 생활을 시작하는 동기 김요한, 윤상정을 비롯해 우투투 직원으로 등장하는 류혜영, 박예니 등이 적재적소에서 분위기를 환기한다. 거창한 한방은 아니지만,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만드는 작은 웃음이 영화의 온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