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 (사진=레진스낵 제공) 이준익 감독이 첫 숏드라마를 극장에 거는 소감을 밝혔다.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키다리스튜디오 사옥에서는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이 감독은 연출 계기에 대해 “떠밀려서 한 것”이라며 오랜 기간 데뷔하지 못했던 영화계 후배이자 연출부 동료들의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는 “영화 침체기에서 숏폼이 독립된 작품으로서 상업적 시스템을 적용받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했다. 적은 비용으로 신인 창작자들이 상업 시장에 진입하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예전 조감독, 연출부 인연 중 데뷔 못하던 친구들에게 ‘플랫폼과 상관없이 창작활동을 하는건 창작자의 의무 아니냐’고 숏폼을 해보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들이 ‘감독님은 안 하세요’라며 역으로 권했다는 것. 이 감독은 “이름 있는 사람이 도전하면 숏폼이 마이너한 취급을 덜 받을 것이라더라. 변명할 방법이 없었고, 내 입장에선 두려운 선택이었지만 후배이자 동료들과 함께한다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3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아버지의 집밥’을 숏드라마 소재로 삼은 데도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대개의 숏드라마 소재가) 불륜이거나, 굉장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이기에 평범한 가족 영화를 숏폼으로 본다는 게 가능할까 궁금했다”며 “점차 ‘라디오 스타’같은 명절에 다같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가운데, 이런 가족 드라마가 숏폼에서 살아남는다면 요즘 추세에 ‘가뭄의 단비’가 되지 않을까. 내 속으로는 은근히 바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레진스낵을 통해 공개될 숏드라마로 기획됐으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숏드라마 섹션에 초청된 걸 계기로 극장용도 개봉하게 됐다. ‘아버지의 집밥’은 러닝타임 2~3분 가량의 짧은 에피소드 61개로 제작됐으나, 이를 재편집해 중첩되는 분량은 덜어내고 극장에 걸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맞춘 세로 화면 그대로다.
작품이 다루는 ‘집밥’이란 소재에 대해서도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분명하다. 이 감독은 “밥 한끼는 흔하고 뻔하다. 얼마나 소중했으면 지난 수 천년간 뻔했을까. 난 이 뻔함의 미학을 소중히 여겨야한다가 이 영화의 주제인 것 같다”며 “자극의 시대에 뻔함의 미학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리겠지만 ‘과연 우리는 시대에 발맞춰 사는 것 같나?’ 되묻겠다. 아마 많은 분들이 ‘나도 너랑 비슷해’라고 할 거다. 난 뻔해서 아름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아버지의 집밥’은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가부장적인 남편 하응(정진영)의 요구에 맞춰 평생 집밥을 만들어온 아내 순애(이정은)가 사고로 요리법을 잊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9일 극장에서 개봉 후 17일부터 숏폼 플랫폼 레진스낵에서 순차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