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40년 가까이 카메라 렌즈로 ‘사람’을 탐구한 고(故) 안판석 감독이 마지막으로 담아낸 멜로가 베일을 벗는다. 뜻밖에도 ‘미완성’에 방점을 찍은 청춘 로맨스 ‘연애박사’다.
오는 5일 첫 방송하는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찍이 안판석 감독의 멜로 신작으로 드라마 팬 사이에서 기대가 모였는데, 추영우와 김소현을 주연으로 발탁했단 점이 뜻밖이란 반응이 적지 않다. 그동안의 ‘안판석표 멜로’는 사랑을 통해 흔들리는 ‘어른’의 세계를 주된 무대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안판석 감독의 가장 가까운 멜로 전작인 ‘졸업’의 정려원·위하준부터 대표작 ‘봄밤’(한지민·정해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손예진·정해인), ‘밀회’(김희애·유아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연상 여성과 연하 남성의 관계 구도가 돋보인다.
큰 틀에선 완전해 보이는 이들이 사랑을 통해 몰랐던 욕망을 발견하거나,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동시에 사회에 자리를 잡은 직업인들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비췄다.
하지만 ‘연애박사’는 대학원이라는 ‘과정’에 있는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정반대의 방향성이 엿보인다. 로봇공학이라는 미래적인 전공도 색다르다. 남주 박민재에겐 어릴 적부터 앓아온 골육종을 극복할 꿈의 수단이자, 히로인 임유진에겐 원래 목표가 가로막히고 만난 새 길이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추영우 (사진=KT 스튜디오 지니)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사랑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남자와 진취적인 만큼 부딪치기도 하는 여자의 만남이기도 하다. 서로를 만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안판석 감독은 ‘시작점’에 렌즈를 놓은 셈이다. 여기엔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로 사랑을 받은 민효정 작가의 섬세한 각본의 공도 컸다.
추영우와 김소현의 캐스팅 또한 ‘미완성 청춘’의 성장을 그리기에 적임이다. ‘옥씨부인전’ ‘견우와 선녀’ 등을 통해 로맨스 감정선을 호평받은 추영우의 새로운 얼굴은 물론, 아역부터 18년간 착실히 내공을 쌓아온 김소현이 보여줄 연상이 아닌 ‘안판석 히로인’도 기대받고 있다.
민효정 작가가 안판석 감독과 배우들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민 작가는 “추영우는 대본을 해석하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안 감독 또한 그에게 놀랐다는 일화를 꺼냈다. 이어 “김소현은 내가 생각한 임유진 캐릭터와 이미지부터 무척 흡사했다”며 출연이 결정된 이후 안 감독과 함께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추영우, 김소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유작이 될 줄 그 누구도 알지 못했으나 ‘연애박사’는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로맨스가 됐다. 1987년 MBC 드라마본부 프로듀서로 입사한 안 감독은 1994년 MBC ‘베스트극장 - 사랑의 인사’로 연출에 데뷔했다. 2003년 프리랜서가 된 후 ‘하얀거탑’을 통해 시청률 20.8%를 터뜨리며 흥행도 거머쥐었다.
2010년대 들어 ‘아내의 자격’ ‘밀회’를 시작으로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는 시청률보단 감정의 여운을 남겨 사랑 받아왔다.
멜로 장르로는 2년 만의 신작인 ‘연애박사’의 촬영과 편집을 마무리하고 방영을 기다리던 안판석 감독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지난 8월 영면에 들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지만, 그의 ‘미완성’을 달리보는 시선과 응원이 담긴 ‘연애박사’는 또 한 번 시청자의 등을 밀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