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라 ‘동전주’ 퇴출 제도가 본격 적용되면서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콘텐츠 업계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중소형 기업들이 퇴출 문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단기적인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경영 여건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바른손이앤에이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지난 22일부터 보통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400원대까지 떨어진 이 회사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서 관리종목 지정과 개선 기간 만료 등을 거쳐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영화·드라마 등의 제작과 투자·배급 사업을 영위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기생충’ 제작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상장 유지에 제동이 걸렸다. 개별 작품의 성공이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이나 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바른손이앤에이 외에도 코스닥 시장 내 미디어·콘텐츠 및 중소형 엔터 기업 상당수가 주가 10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JYP Ent.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아티스트 활동과 흥행 성과에 따른 실적 변동성, 콘텐츠 산업 특유의 높은 제작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 투자 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 / 사진=CJ ENM 제공
상장 유지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일부 기업들은 당장의 규제 대응과 주가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배급사가 확정되지 않은 극초기 단계의 영화 제작 계획을 서둘러 공표해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가 하면, ‘동전주’ 꼬리표를 떼기 위해 주식병합(액면병합) 카드도 꺼내 들었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이다. 주가가 낮은 기업이 주당 가격을 1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결국 유통 주식수와 주당 가격을 조정하는 데 그친다. 즉, 규제의 허점을 우회하려는 일종의 꼼수로, 기업의 시가총액이나 수익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신규 프로젝트 발표 역시 실제 투자 유치와 제작, 유통으로 이어져야 실적 반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주식병합 등은 착시 효과를 노린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주식병합 직후 일시적으로 주가 1000원 선을 넘기더라도 하락 압력을 이기지 못해 다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실적과 무관한 호재성 공표나 숫자 맞추기에만 매몰되는 행태는 결국 더 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