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이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김재윤을 대신해 팀의 뒷문을 책임진다. 익숙한 선발 자리를 잠시 내려놓은 그가 떠올린 이름은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이끈 야마모토처럼, 자신도 삼성의 가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이다.
원태인의 야마모토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치르는 와중에도 다저스 경기 하이라이트를 챙겨봤다. 당시 기자와 만난 그는 야마모토의 111구 완투승을 언급하며 “세계 최고 무대에서, 그것도 원정에서 받은 기립박수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태인이 놀랄 일은 더 있었다. 이후 야마모토가 WS 6차전에서 96구를 던지고도 다음 날 7차전에 구원 등판, 2⅔이닝 무실점으로 우승을 이끈 것을 보고서다. 당시 만난 원태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라고 하는데,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면서 “더 큰 무대, 더 큰 중압감 속에서 96구를 던지고 그다음 날 더 강한 공을 던지더라. 존경스러운 피칭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AP=연합뉴스
부러운 건 우승 반지만이 아니었다. 팀의 우승을 직접 이끌었다는 점에 더 마음이 갔다. 원태인은 “버스를 타는 느낌이 아니라 운전기사로서 진짜 팀을 이끌었다”며 “나도 저런 무대에서 최고의 피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와 2025년 플레이오프에서 연거푸 아쉬움을 삼킨 그에게 야마모토의 가을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올 시즌 원태인은 부진에 허덕였다. 잘 던지고도 불운한 결과를 맞는 날도 있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자 유니폼을 입고 샤워하거나 마운드에 소금을 뿌리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홈경기 출근길도 바꿨다. 좋은 선수의 기운을 받자는 뜻에서 몇 년간 오타니 쇼헤이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최근엔 야마모토 유니폼을 해외에서 새로 주문해 입기도 했다. 어떻게든 흐름을 바꾸려는 에이스의 간절함이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이번 가을에는 직접 야마모토의 역할에 도전한다. 갑작스러운 마무리 요청에도 원태인은 “단기전에서는 늘 해왔던 역할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부진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우선은 팀의 승리가 먼저였다.
출발은 좋았다. 27일 대구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3으로 앞선 9회 등판,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승리를 지켰다. 삼성도 시리즈를 1승 1패로 맞췄다. 남은 경기에서 선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지만, 원태인은 보직보다 팀이 올라갈 무대를 바라본다. 지난해 “나도 저런 무대에서 최고의 피칭을 하고 싶다”고 했던 ‘푸피에’가 삼성의 가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