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초 마무리 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승리 후 강민호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시구로 시작해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의 투구로 경기가 끝났다.
원태인이 경기의 문을 열고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줄 누가 알았을까.
원태인은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삼성이 8-3으로 앞선 9회 초, 5점 차 리드에도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1이닝 동안 22구를 던져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막았다.
첫 타자 김선빈과는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원태인은 시속 149㎞까지 나온 직구를 앞세워 결국 김선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한준수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마지막 타자 하주석은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깔끔한 삼자범퇴였다. 삼성이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9회에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원태인. 연합뉴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사실 6점 차가 됐을 때는 안 올라갈 거라는 생각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5점 차까지 좁혀지면서 올라가게 됐다"며 "감독님께서 오늘 경기를 깔끔하게 이기고 그 기세를 광주까지 가져가고 싶으셨던 것 같다. 몸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감독님 결정을 따랐다. 잘 막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운드에 오르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선발로 긴 이닝을 책임질 때와 달리 한 이닝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원태인은 "선발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며 "직구 구위가 더 좋다고 느꼈고, (강)민호 형도 패스트볼을 많이 요구했다. 체인지업도 다시 활용했는데 위력을 잘 발휘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확실히 1이닝을 던질 때 더 위력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선수단이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 투수로서 경기를 끝내는 경험도 특별했다. 원태인은 "마지막에 그라운드에서 다 같이 모여 경기를 끝내는 장면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오늘 경기가 나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원태인에게 힘을 보탠 또 다른 인물은 삼성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경기 전 시구자로 나선 오승환은 원태인의 몸 상태를 살피며 격려를 건넸다. 정규시즌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후배에게 가을야구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라는 조언도 전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시구자 오승환. 연합뉴스 원태인은 "정규시즌은 잊고 지난해 가을야구 때의 마음가짐으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셨다"며 "선배님의 기운을 받아 9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에게 이번 가을은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해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정규시즌 부진을 조금이나마 가을에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긴 시간 동안 잘 준비했는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9회에 등판한 원태인. 연합뉴스 선발 등판을 준비해 온 투수에게 갑작스러운 보직 변화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원태인은 루틴을 이유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선발로 나가든 마무리로 나가든 어느 상황에서든 제 몫을 다해야 한다"며 "루틴은 솔직히 핑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1차전 패배를 딛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원태인은 "2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승리하고 광주로 넘어가게 됐다. 기세가 우리 쪽으로 조금 더 올 것 같다"며 "타격 페이스도 올라온 만큼 그 흐름을 잘 유지해 3차전에서도 이겼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