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앤피오 제공 “이번에는 처음으로 저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줬어요. 원래 스스로를 많이 몰아세우는 성격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요.”
배우 박서함이 채널A 토일드라마 ‘너에게 다이브’를 통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맞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박서함은 “촬영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현장에 가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며 “함께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너에게 다이브’는 톱배우 윤하나(김지연)가 쌍둥이 오빠 윤하루(장세혁)와 영혼이 뒤바뀐 채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 정우재의 죽음을 막으려는 판타지 로맨스다. 박서함은 정우재 역을 맡아 고등학생과 대학생, 경호원, 배우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모습을 그려냈다.
여러 시기의 정우재를 연기한 박서함은 시간대별 변화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경호원이 된 우재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고등학생, 대학생, 경호원, 배우까지, 한 작품에서 이렇게 여러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연기할 때는 시청자가 시간대를 헷갈리지 않도록 헤어스타일에도 차이를 줬죠. 특히 경호원 시절이 가장 어려웠어요. 우재는 하나를 오랫동안 좋아해 온 인물이잖아요. 경호원이 된 뒤에는 강인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필요했지만, 그 안에 하나를 향한 마음과 우재 특유의 선함도 보여야 했어요. 그 균형을 잡기 위해 감독님과 리딩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도 계속 의견을 구했죠.”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연과 장세혁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그룹 우주소녀 출신인 김지연과는 아이돌 데뷔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어 촬영 전부터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했다.
“지연이는 연기를 정말 사랑하고 열정이 많은 친구예요. 저는 힘들어도 현장에서 티를 안 내고 웃어넘기는 편인데, 지연이는 그런 감정도 잘 알아채더라고요. 먼저 다가와 오늘 무슨 일 때문에 힘든 것 같냐고 물어봐 주기도 했죠. 세혁이는 수줍음이 많지만 배려가 몸에 밴 친구고요. 두 사람 모두 겨울철 군고구마처럼 따뜻한 친구들이었어요.”
사진=앤피오 제공 이번 작품은 박서함이 촬영 현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그는 동료들과 가까워지며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에도 대본을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태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먼저 친해지려고 노력했죠. 선배들이 늘 ‘배우는 현장이 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의미를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제가 편해지니까 촬영하는 시간도 훨씬 즐거웠어요. 원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인데 너무 몰아세우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지막 회 대본에 스태프들이 롤링페이퍼를 써줬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꺼내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지난 2016년 그룹 크나큰으로 데뷔한 박서함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5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가수로 활동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2022년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가 전환점이 됐다. 박서함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슬로우 스타터’라고 표현했다.
“아이돌 데뷔도 늦은 편이었어요.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은 이미 데뷔해서 2~3년 차가 됐는데 저는 계속 연습생이었죠. 나이는 먹어가고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어렵게 데뷔한 뒤에도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고요. 그러다 ‘시맨틱 에러’를 만났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제가 해온 일에 대한 성과를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었죠. 그때 느리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남들보다 늦는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않아요.”
사진=앤피오 제공 이제 박서함은 자신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얼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선한 매력을 가진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어요. 그래서 저와는 정말 상반되는, 아주 나쁜 캐릭터도 한번 맡아보고 싶어요. 추창민 감독님께서 ‘배우는 눈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는데 그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언젠가는 대사 없이도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만큼 어떤 어른이 될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서함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으로 배우 박지환을 꼽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지환 선배는 정말 섬세하고 다정한 분이에요. 먼저 전화해서 요즘 기분이 어떤지 물어봐 주시고, 제 상황에 맞는 책이나 영화를 추천해 주시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너무 착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제 성격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선한 마음에서 나오는 힘도 있다고 믿어요. 굳이 차가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마흔이 됐을 때는 연기 경험도 더 쌓였을 테니 지금보다 성숙하고 다정한 사람, 무엇보다 저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