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수십 년간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의 중심에서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으며 따뜻한 울림을 전했던 배우 고(故) 최불암이 영면에 든다.
최불암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2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이 엄수된다. 이어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고인은 장지인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하기 앞서 생전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마지막으로 찾는다
◇ 20대부터 짊어진 ‘국민 아버지’의 무게… 1959년 연극으로 첫발
고인의 연기 인생은 1959년 연극 ‘햄릿’ 무대에서 시작됐다. 연출가를 꿈꾸며 서라벌예술대학과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던 최불암은 1967년 KBS 6기 특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방송에 진출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노역(老役)을 마다하지 않았다. 1967년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50대 장군 김종서를 연기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7세였다. 나이를 뛰어넘는 묵직한 연기는 대중의 신뢰로 이어졌다.
이후 1971년 MBC ‘수사반장’의 정의로운 박 반장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된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 역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호탕한 ‘파하~’ 웃음소리와 따스한 눈빛은 산업화 시기 고단했던 국민들에게 위로이자 안식처였다.
◇ 화면 너머로 확장된 삶... 사람 냄새 나는 이웃
고인은 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KBS1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전국을 누비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밥 한 끼에 담긴 이야기를 전했다. 화려한 스타가 아닌, 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친근한 이웃이자 어른이었다.
연출을 맡았던 KBS 시사교양국 임기순 PD는 일간스포츠에 “70세에 프로그램을 시작해 14년 동안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셨다. 한 주도 거르지 않으셨고, 그 오랜 시간 아프신 적도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최불암의 아버지상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수사반장’에서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가부장이었다면, ‘전원일기’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갈등을 풀어가는 지혜로운 중재자였다. 농촌이 쇠락하던 격동의 시기에도 가족과 이웃을 품으며 당시 한국 사회가 바랐던 아버지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발 물러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어른이었다. 권위보다 존중과 경청을 앞세우며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