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3회말 무사 주자 2루에서 kt 안현민이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박)영현이가 던질 때가 제일 떨렸어요.”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도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한국시리즈(KS) 데뷔전부터 홈런을 터뜨린 KT 위즈 안현민(23)은 “오늘도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유일하게 마음을 졸였던 순간을 묻자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마무리 박영현을 가리켰다. 8점 차 리드가 턱밑까지 좁혀진 경기. 타석에서 담대했던 안현민도 동료의 투구를 지켜보는 순간만큼은 긴장을 피하지 못했다.
안현민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KS(7전 4승제) 1차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2타점 2득점으로 KT의 8-7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뒤 그는 “중요한 1차전을 잡아서 좋다. 힘든 상황도 있었는데 승리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다림은 길었다.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한 KT는 약 3주 동안 마지막 승부를 준비했다. 지난해 주축 타자로 도약하고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안현민에게는 더욱 기다려온 무대였다. 그는 경기 전 “기다리는 데 지쳤다. 지금 세 시간 기다리는 것도 힘들다”며 “빨리 그라운드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안현민' 연합뉴스
그 설렘을 결과로 바꾸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회 말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낸 안현민은 후속 타자 샘 힐리어드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어 3-0으로 앞선 3회 말 무사 2루에서는 최원태의 시속 132㎞ 체인지업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가운데 몰린 공을 놓치지 않은 비거리 105m 투런포. 자신의 두 번째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터뜨린 첫 홈런이었다.
4회에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며 세 차례 누상에 나갔다. 긴 실전 공백을 걱정했던 KT에 중심타자의 활약은 반가웠다. 안현민 역시 시즌 막판 좋지 않았던 흐름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었지만, 첫 경기부터 장타를 터뜨리며 부담을 덜었다. 그는 “타격감이라기보다는 걱정들을 떨쳐내야 했다”고 돌아봤다.
넉넉해 보였던 홈런의 가치는 경기 후반 더욱 커졌다. 8-0까지 앞섰던 KT가 삼성의 추격을 허용하며 한 점 차로 쫓겼기 때문이다. 안현민도 “돌이켜보니 (내 홈런이) 중요한 점수였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활약에만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는 “경기를 하다 보니 아쉬웠던 순간이 더 남는 것 같다. 내일은 더 준비해서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3회말 무사 2루 kt 안현민이 좌월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첫 KS라는 사실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중요한 경기지만 나도 이런 경기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며 평소와 다르지 않은 준비를 강조했다. 긴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긴장하려면 수비를 나가야 하는데 감독님이 긴장하셔서 안 내보내시는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날 KT 벤치는 외야 수비를 강화하면서 안현민이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답은 비슷했다. 안현민은 “수비를 안 나가서 떨릴 만한 게 없었다. 오늘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영현의 8회 폭투를 떠올리며 “오늘 경기의 유일한 떨림 포인트였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현민이 경기 전 밝힌 목표는 대구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다. 그는 “우리 팀에는 충분히 그럴 저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기다렸던 첫 가을 무대를 홈런과 승리로 연 안현민이 우승반지를 향한 첫발을 뗐다.
한편, 이날 안현민은 옆머리를 깔끔하게 밀고 머리를 볶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머리다"라고 설명한 그는 “올스타전 때 하려고 했는데 다쳐서 (참가를 못하는 바람에) 못 했다. 그냥 머리를 계속 기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