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가 미성년자 시절 소속사 어도어와 체결한 전속계약서에 건강과 학습권 등을 보호하는 조항은 빠진 반면, 성형수술 등 미용 비용은 멤버들이 부담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뉴진스 멤버 5명이 2022년 어도어와 체결한 전속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멤버들의 나이는 만 14~17세였으며, NYT는 법률 전문가 5명에게 계약서 검토를 의뢰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미성년자 보호 조항의 부재다. 정부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미성년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학습권, 수면권 및 휴식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도한 노출이나 장시간 활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지만, 뉴진스의 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서를 검토한 노종언 변호사는 NYT에 해당 계약이 “이례적으로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보호 조항이 빠질 경우 과도한 연습이나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뉴진스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새벽 2시까지 연습하는 일이 있었으며, 휴식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멤버 5명 가운데 4명은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 비용에 관한 조항도 공개됐다. 계약서에는 연습생 시절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등에 사용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멤버들이 추후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NYT는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데뷔 전 멤버들의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 일부 멤버에게 미용 시술을 권유한 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실제 시술 여부나 비용 지급 여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소속사가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 음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정부 표준계약서에서는 계약 종료와 함께 관련 사용 권한도 끝나는 것이 원칙이지만, 뉴진스의 계약서에는 2029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어도어가 해당 권리를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 복제와 챗봇 제작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조항들이 실제 법적 분쟁에서 어느 범위까지 효력을 인정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위약벌 산정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표준계약서는 월평균 매출에 남은 계약 기간을 곱해 위약벌을 계산하지만, 뉴진스의 계약서에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달만 반영하도록 돼 있었다. 매출이 없는 달을 제외하면 월평균 매출이 높아져 위약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계약서에는 ‘불성실한 태도’, ‘부적절한 연애’, ‘자기관리 소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발언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구의 기준이 모호해 소속사가 계약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봤다.
계약 조건을 둘러싼 협의 과정도 공개됐다. NYT가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2022년 1월 한 멤버의 어머니가 계약서 수정을 요청하자 어도어 측 임원은 “현재 계약서 초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계약 자체를 재고하는 편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다섯 멤버의 부모 모두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는 NYT에 전달한 서면 입장에서 계약이 적법한 절차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체결됐다고 반박했다. 정부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이며, 계약 내용의 변경 사항에도 멤버들의 부모가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또 계약 조항은 아티스트의 권익과 회사가 투자한 비용을 함께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성년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하이브는 아동 보호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으며, 멤버들에게 학업 중단을 강요하거나 휴식을 취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NYT에 설명했다.
미용 시술과 관련해서는 “성형수술을 요구하지 않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시술은 권유조차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습생 시절 초기 비용도 회사가 부담해 멤버들이 별도의 연습생 채무 없이 데뷔 직후 수익을 정산받았다고 주장했다.
위약벌에 대해서는 업계 기준에 부합하는 산정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하이브는 뉴진스 멤버들에게 매달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서의 계산 방식으로 실제 위약벌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진스는 2024년 11월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으나, 법원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다니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데뷔 당시 작성한 전속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