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대행사’의 흥행에 빙그레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행사가 주말 드라마임에도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극 중 강한나(손나은 분)의 등장 신에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적잖이 등장, 공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23일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우유가 드라마 대행사에 처음 등장한 건 6회 방송에서다.
해당 방송에서 회장 딸인 강한나에게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분) 대표는 어린 아이같이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바나나맛우유를 빨대와 함께 보낸다. 그리고 부하직원에게는 "빨대도 꽂아줄까"라는 말을 전언으로 건넨다.
모욕을 당한 강한나는 이윽고 빨대가 꽃힌 바나나맛우유를 한 숨에 다 마셔버린 후 다시 조문호에게 돌려보낸다. 바나나맛우유는 조문호에게 "이젠 진짜 어른 됐다. 앞으로 빨대 안 꽂아 주셔도 된다"는 말과 함께 돌아가고, 조문호는 "한나는 이제 회사 생활 시작이네"라고 독백한다.
바나나맛우유는 13회 방송에도 등장한다. 강한나는 박차장(한준우 분)이 상의도 없이 강한수(조복래 분) 부사장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하자, "내가 백프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박영우 너 하나밖에 없다"며 붙잡는다. 하지만 박차장은 "철 좀 들라"며 냉정하게 돌아선다. 이때 강한나는 홀로 바나나맛우유를 마시며 눈물을 쏟아낸다.
드라마 전개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바나나맛우유가 잇따라 등장한 셈이다. 특히 이번 간접광고(PPL)는 제작사 측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어서 타 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는 드라마 제작사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PPL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작품의 흐름에 필요한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해 거부감을 줄이고 홍보 효과를 더욱 높였다"고 했다.
바나나맛우유가 인기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간접광고 효과가 기대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대행사에 등장하는 바나나맛우유는 무료 PPL이 맞다“며 ”사전에 연락이 오거나 제품 지원 요청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이후 바나나맛우유 매출의 변화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뜻밖의 횡재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삼양식품도 덩달아 웃음을 지은 바 있다. 극 중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끓이지 않은 생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때 등장한 라면이 삼양라면이었다. 이 역시 무료 PPL이었다. 당시 드라마 시청자 사이에서는 삼양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유행이 번졌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영화에 등장한 식음료 제품들도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무료 PPL 효과를 봤다.
기생충에 등장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식품은 '짜파구리'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짜파구리는 극 중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활용됐다. 농심 역시 영화 기생충에 PPL을 진행하지 않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류 제품도 주목받았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는 대표적인 저가 맥주로, 가족 모두가 백수인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반지하집에 모여앉아 필라이트에 농심 새우깡, 삼양식품 짱구 등을 안주로 먹는다.
당시 기생충에 등장한 식품 제조업체들은 기세를 몰아 다양한 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농심은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영국에서는 기생충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짜파구리를 알렸다. 그 결과 해외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 삼양식품, 농심의 제품은 PPL 계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제품이 노출돼 무료 홍보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는 가장 환영할 만한 방식”이라며 “임의로 짜 맞추지 않은 자연스러운 스토리 설정 등에 따라 비용 투자 없이도 홍보 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