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개그맨들이 새로운 무대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카페 사장 최준부터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본부장 이호창, 한사랑 산악회의 이택조 부회장, 일본 호스트 출신 다나카 등 개그맨들의 부캐(부캐릭터)들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개그우먼 박세미다. 박세미는 유튜브 채널 ‘서준맘’으로 제1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서준맘’은 박세미의 부캐로, 신도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류인나라는 콘셉트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서준맘’을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엄마로 알고 있지만, 사실 박세미는 1990년생이고 미혼이다.
개그우먼 박세미란 이름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 ‘서준맘’ 인기는 뜨겁다. 구독자 19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서준맘’으로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에서도 하이퍼 리얼리즘의 연기력을 뽐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박세미는 최근 MBC 예능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캐릭터를 만들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 박세미는 “돌잔치 사회를 보면서 아기 엄마들의 특징을 많이 봤다. 또 엄마와 이모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며 네일아트와 핸드폰 스트랩, 손목 보호대 등 다양한 주부 필수아이템들을 공개해 공감을 샀다. 이어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아기엄마, 서준이 엄마로 아신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나서는 배신감을 느끼시더라”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맘은 모르는 게 없는 동네 대표 마당발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들 앞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동네 언니들과 수다 떠는 걸 즐긴다. 시청자들은 ‘서준맘’의 이런 현실감 있고 친근한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서준맘’이 사랑받는 이유는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라는 데 있다. 아이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모습, 좋은 화장품이나 패션 아이템을 공유하는 모습 등은 실제 주부들과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광고가 포함된 영상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댓글에서도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진짜 서준 엄마가 브이로그를 시작한 것 같은 연기력”이라고 극찬했고,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유튜브 안 하면 아까운 인재”, “이런 연기는 전무후무”, “콘셉트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박세미의 새로운 변신을 응원했다.
박세미가 ‘서준맘’으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건 아니다. 공채 개그맨 시험을 10번 봐서 다 떨어질 만큼 긴 무명 시절을 거쳤다. 90년생 동갑내기 김진주, 김지유와 함께 극단 ‘개그왕’을 만들기도 했으며 이들과 함께 ‘백마TV’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현재까지도 활동 중이다. 그러다 지난해 ‘피식대학’의 ‘05학번 이지 히어’ 시리즈에서 ‘서준맘’으로 출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예능 PD는 “‘서준맘’의 매력은 실제로 있을 법한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는 것이다. 가상 인물인 게 잊혀질 만큼 시청자들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준맘’은 신도시 엄마의 캐릭터를 단순히 희극적인 요소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엄마들의 현실적인 고민, 고충을 담은 일화를 영상에 담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이런 이유로 예능에서도 ‘서준맘’ 같은 유튜버들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부캐를 연기하는 데 있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최근 김경욱이 연기 중인 다나카를 놓고 일본인 비하, 미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분명 논란의 소지나 비호감 요소들을 가지는 면이 있다”면서도 “미워한다고 바라보면 불편한 부분들이 생기지만 그 자체를 풍자하는 것이라고 바라보면 웃을 수 있다. 대신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