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김연경 흥국생명에 잔류했다. 흥국생명 배구단은 "FA 김연경과 7억 7500만원(연봉 4억 7500만원·옵션 3억원)에 1년 계약했다"고 16일 밝혔다. 2022~23시즌 왕좌에 오르지 못한 김연경이 흥국생명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기로 결정하고 다시 인천(흥국생명 연고지)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여자부 보수 상한액에 사인하며 2시즌 연속 '연봉퀸'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김연경은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다음) 시즌 구상 계획이 잔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시즌 6000명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2022~23시즌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 꼭 들어 올리고 싶다. 그동안 많은 배려를 해주신 흥국생명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다.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2022~23시즌을 뛰며 은퇴를 예고했다. 지난 2월 15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세트 스코어 3-0)를 이끈 뒤 은퇴설에 대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일 것.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이후 소속팀(흥국생명) 경기력보다 자신의 거취가 더 높은 관심을 받자 말을 아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신임 감독이 부임해 첫 경기를 치렀던 2월 23일 한국도로공사전 승리(스코어 3-0) 뒤에는 "이제 내 은퇴에 대한 얘기는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34경기에 출전해 공격종합(공격 성공률) 1위(45.76%) 득점 5위(669점)에 올랐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이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단지 고민하는 정도로 공개적으로 은퇴 가능성을 내비치진 않았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와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이 김연경이 선수로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김연경은 선수 생활 연장을 예고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챔프전에 나섰지만, 도로공사에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김연경은 6일 5차전 종료 뒤 "많은 분이 내가 더 뛰길 원하고 계신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민이 더 커졌다"라고 했다.
김연경은 지난 10일 열린 '2022-2023 V리그 시상식'에서 만장일치(기자단 투표 31표)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개인 통산 5번째 수상이었다. 이날 그는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확언했다. 이어 "내년(다음 시즌)에 통합 우승을 하고 싶다. 이를 이룰 수 있는 팀으로 선택하려고 한다"고 했다.
당초 김연경의 행선지는 현대건설로 예상됐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흔들리기 전까지 2022~23시즌 1위를 독주하던 팀이다. 김연경과 절친한 사이인 리그 대표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도 뛰고 있었다.
하지만 연봉이 걸림돌이었다. 여자부 보수 총액은 28억원(샐러리캡 19억원·옵션캡 6억원·승리 수상 3억원)이다.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 상한액(샐러리캡 25%·옵션캡 50%)은 7억 7500만원이다. 고액 연봉자가 많은 현대건설이 이 금액을 맞춰주긴 어렵다는 전망이 있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김연경의 흥국생명 잔류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구단은 약점인 세터·센터진 FA 선수를 보강해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김연경에게 전했다. 실제로 국가대표 출신 센터 김수지와 만남을 가졌다.
아본단자 감독도 김연경의 잔류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10일 시상식에서도 베스트7·MVP를 수상한 김연경에게 꽃다발을 들고 2번이나 단상에 올라 눈도장을 찍었다.
목표인 우승과 현실적인 계약 조건을 두루 고려한 김연경은 현대건설과 협상 창구를 닫은 뒤 흥국생명과 세부 조건을 조율했고, 이날 계약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