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전만 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난적’ 이란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9년 만에 중도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우승 후보의 조기 탈락에 외신들은 물론 자국 매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개최국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4일(한국시간) “이란은 전반적으로 일본을 압도했고, 이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면서 “반면 일본 선수들은 가장 비참한 역전패를 당했다. 고통스러운 패배를 당한 일본 선수들은 완전히 무너진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지난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오히려 약하게 느껴졌다. 반면 이란은 에이스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경고 누적)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컵에서 기념비적인 승리를 따내며 멋진 반전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우승후보 일본이 이란에 패배하면서 운도 끝났다”며 “이란은 일본에 없던 굶주림과 추진력을 보여줬다. 경기 시간이 90분을 넘긴 상황에서 연장전에 안주하지 않고 승리를 노린 건 이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겨워했다. 그 눈물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던 일본 선수들이 아니라 이란 선수들의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었다”면서 “이란이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이날 이란과 일본의 차이는 일란이 보여준 정신력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더 감동이 컸던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중국 소후닷컴은 “4강 중 3개 팀이 서아시아 팀들이다. 동아시아에선 한국만이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결과”라며 “최강의 전력으로 포진한 일본이었지만 대회 4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결국 중국과 함께 조기 탈락의 쓰라림을 당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자국 매체들도 낙담하는 분위기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이란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진 가운데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표정 변화 없이 패배를 받아들인 모습”이라며 “모리야스 감독은 ‘교체 카드를 잘 쓰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며 스스로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는데도 이란을 상대로 힘겨운 패배를 당했다. 우승 타이틀 역시 놓쳤다”며 “대회 도중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온 이토 준야(스타드 랭스)의 이탈 사고 논란이 나오면서 ‘우승 후보’의 아시아 제패의 길도 막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주니치스포츠는 “일본의 8강 탈락에 인터넷상에서는 모리야스 감독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며 “팬들은 ‘모든 게 최악의 아시안컵이었다’거나 ‘경기력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타구라 고의 컨디션은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는 등 페널티킥을 허용한 이타쿠라를 교체하지 않은 선택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3개 대회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하던 일본은 8강에서 이란에 역전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2개 대회 만의 8강 탈락"이라며 "난적에게 굴복했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7위)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지만 21위인 이란에 졌다.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무너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일본은 전반 28분에 터진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 CP)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리고도 후반 10분 모하마드 모헤비(로스토프)에게 동점골을 실점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엔 이타쿠라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에게 통한의 역전골 실점으로 1-2로 져 8강에서 탈락했다.
이날 일본은 볼 점유율에서 58.1%로 이란(41.9%)에 앞섰으나 슈팅 수에선 오히려 8-17로 크게 밀렸다. 우승 후보 일본이 탈락한 가운데 대회 4강 대진은 대한민국과 요르단, 이란과 카타르의 맞대결로 각각 펼쳐지게 됐다. 한국과 요르단이 오는 7일 오전 0시 먼저 결승 진출팀을 가리고, 이란과 카타르가 이튿날 같은 시각 마지막 4강전을 치른다. 대망의 결승전은 오는 11일 오전 0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