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화려하게 비상한 한국영화들이 칸 현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부문에서 단 한 편의 초청작도 내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예술영화부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 대작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한국영화들이 칸의 중심부를 점령했다.
올해 한국영화 초청작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군체’(감독 연상호), 감독주간의 ‘도라’(감독 정주리), 그리고 경쟁 부문의 ‘호프’(감독 나홍진)다. ‘군체’와 ‘도라’가 연이어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K무비의 건재함을 입증한 데 이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 중인 ‘호프’까지 가세하면서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다시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기립박수 쏟아진 ‘군체’·‘도라’…칸 달군 韓영화 존재감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군체’였다. 16일 자정 공식 상영회를 가진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부산행’, ‘반도’ 등을 통해 K좀비 장르의 지형을 확장해 온 연 감독은 ‘군체’로 한층 밀도 높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진화하는 좀비’라는 신선한 설정 아래, 강화된 집단의식과 그 안에서 소멸해 가는 개인의 개별성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관객 호응도 뜨거웠다. 122분의 상영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곳곳에서는 “어메이징!”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또 상영이 끝난 새벽 3시까지 뤼미에르 대극장 근처에는 ‘군체’ 팀을 기다리는 관객으로 가득했다.
이어 17일 공개된 ‘도라’도 글로벌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라’는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도라(김도연)가 한여름 바닷가 별장에서 만난 나미(안도 사쿠라)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정주리 감독은 상처 입은 도라가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서사에 집중하며, ‘세대의 이야기’와 ‘온전한 회복’이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 정 감독 특유의 깊은 시선에 매료된 객석에서는 8분간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18일에는 감독주간 초청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레드카펫 행사가 마련됐다. 통상 감독주간은 영화제 독립 섹션으로 운영돼 레드카펫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지만, ‘도라’는 별도의 레드카펫이 진행되며 칸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