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 C&C “아무리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도 카메라가 있으면 의식하게 되는 건 사람의 본능인 것 같아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던 초창기 ‘기안84’ 같은 플레이어가 되고 싶네요. (웃음)”
2004년 아나운서로 방송에 발을 들여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으로 거듭난 전현무에게 ‘어떤 예능인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의외로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전현무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거창한 목표가 아닌 가까운 동료 기안84를 언급하며 “‘전현무 진짜 찐이네’, ‘정말 방송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보시는 분들이 너털웃음 터뜨릴 수 있는 플레이어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전현무는 오는 7월 9일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진행되는 일간스포츠·이코노미스트 주최 2026 K포럼 기조 대담자로 참여해 글로벌 히트작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연출가 황동혁 감독과 ‘K콘텐츠, 플레이어들의 놀이터가 되다’라는 주제로 대담을 갖는다. 두 사람은 K드라마, 영화와 K예능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로서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K콘텐츠의 현재를 짚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한다.
“K콘텐츠라고 하면 영화, 드라마, 뷰티 정도를 먼저 떠올리죠. 그런데 요즘은 K예능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새로운 흐름을 열었고, 제가 출연한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 역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아, 이제 K예능도 글로벌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구나’ 실감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번 포럼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 굉장히 뜻깊고 기쁩니다.”
전현무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정말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전 세계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는 걸 보면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되 대한민국 고유함을 놓치지 않는 황동혁 감독님의 통찰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장르는 익숙할 수 있지만 ‘달고나’, ‘공기놀이’ 같은 한국적 놀이와 정서를 녹여낸 방식이 굉장히 새로웠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시즌1의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과 시즌2의 단체 줄넘기였습니다. 이 게임들은 세계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스릴 넘치고 긴장되고 쫀쫀했던 거 같아요. 여담으로 개인적으로 제가 자신 있는 게임은 ‘공기놀이’입니다. 어릴 때 한 동네를 제패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추후 ‘오징어 게임’ 시즌3가 만들어지면 실뜨기가 나오면 어떨까요? 만약 실을 잘못 넘기면 손이 사라진다던가. (웃음)”
사진=SM C&C 전현무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듯, K예능의 글로벌 영향력도 실감했다며 “일본 여행을 갔는데, 현지 모녀분이 저를 알아보시더니 첫마디로 ‘무당’이라고 하시더라. 일본 자막에서도 ‘무당’을 그대로 표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혼자 산다’에서 제가 만들었던 ‘두쫀쿠’ 재료를 그대로 따라 해봤다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콘텐츠가 단순 시청을 넘어 실제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전현무는 출연했던 ‘운명전쟁49’가 글로벌에서 통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적 무속 문화’와 ‘서바이벌’의 결합을 꼽았다.
“대한민국은 정말 ‘오디션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돌, 트롯, 발라드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성공하다 보니 이제는 ‘무당도 오디션으로 뽑는구나!’ 싶었죠. 이런 발상 자체가 한국 예능만의 상상력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경쟁 중심 사회의 단면처럼 보여 씁쓸한 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콘텐츠 장르와 실험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죠. ‘운명전쟁49’는 한국적인 무속 문화를 담고 있으면서도 ‘경쟁’이라는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함께 담아낸, 한국적 오리지널리티와 글로벌 공감대를 동시에 잡은 사례라고 봐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 플레이어로서 유지해야 할 부분도 ‘오리지널리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 예능은 빠르게 트렌드에 반응하고, 조금만 식상해져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려는 경쟁력이 있다. 그 치열함은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며 “반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우리끼리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넘어서, 전 세계인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운명전쟁49’도 처음에는 굉장히 한국적인 콘텐츠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동남아나 중화권에서도 무속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더라고요. 결국 중요한 건 한국적인 소재 안에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 같습니다.”
방송인 전현무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5 SBS 연예대상' 포토월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12.30/
2012년 프리 선언 후 예능인으로 활동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전현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에 출연하는 예능인으로 꼽힌다. 역할도 각양각색이다. 시상식이나 ‘히든싱어’ 같은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안정적인 MC로, ‘나 혼자 산다’, ‘전현무계획’ 같은 리얼리티에서는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오래 활동하다 보면 익숙함이나 식상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조합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요. 대표적인 사례가 ‘전현무계획’입니다. 저는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 출신이고, 파트너인 곽튜브는 뉴미디어 기반 크리에이터잖아요. 처음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 낯섦이 신선함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조합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방송인 전현무가 되고 싶습니다. 만약 다음 프로그램을 한다면 곽튜브랑은 또 하지 않겠죠. (웃음)”
수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원동력에 대해서는 “‘방송이 곧 내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현무는 “나는 거의 방송 중심으로 생활한다. 주변에서는 ‘무슨 재미로 사냐’라는 이야기도 듣는데, 오히려 발상을 바꿔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원동력을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방송에서 찾자!’고 어느 순간부터는 방송과 제 삶을 따로 구분하지 않게 됐다”며 “그렇게 접근하니 억지로 동력을 찾지 않아도 지치지 않더라”고 웃었다.
해보지 않은 경험이 없을 것 같은 전현무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있다.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연애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직업이나 환경으로 들어가는 포맷일 수도 있겠죠. 그동안은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역할이 많았다면, 이제는 제가 직접 부딪히고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방송 환경에 대한 대응과 K콘텐츠의 더 큰 미래를 위한 비전도 전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방송의 리얼리티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어요. 유튜브나 틱톡 등 많은 플랫폼에서 훨씬 더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방송 안에서 더 리얼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계획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행동을 하거나, 즉흥적으로 사람들에게 연락하면서 돌발 상황을 만들려고 하죠. 동시에 흥미로운 건, 극단적인 리얼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캐릭터 플레이형 콘텐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분들이 이제는 개인 채널에서 재능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시청자들이 가짜인 거 알지만, 진짜처럼 열광하는 지점은 결국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얼이든 캐릭터 물이든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고 봅니다.”
긴 인터뷰 끝에서 워너비 모델로 기안84를 꼽은 전현무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을 담아 이런 방송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기안84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편집’을 믿고, 최대한 꾸밈없는 원초적인 상태 그대로 방송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