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BW 그룹 시크릿이 12년 만에 새 앨범을 냈다. 원년 멤버 송지은과 한선화가 빠진 자리에는 새 멤버 예빈이 합류했다. 오랜 시간 활동을 멈췄던 그룹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흐름은 익숙해졌지만, 10년 넘는 공백 뒤 새 멤버를 영입해 팀을 재정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시크릿은 지난 18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스페셜 미니앨범 ‘시크릿 플레이버’를 발매했다. 시크릿이 새 앨범을 내는 것은 2014년 8월 ‘아임 인 러브’를 타이틀곡으로 한 미니앨범 ‘시크릿 써머’ 이후 약 12년 만이다.
시크릿은 2009년 10월 데뷔한 뒤 ‘매직’, ‘마돈나’, ‘샤이보이’, ‘별빛달빛’, ‘사랑은 무브’ 등으로 활동했다. 강렬한 퍼포먼스부터 밝고 통통 튀는 콘셉트까지 오가며 대중적인 히트곡을 남긴 팀이다.
이번 컴백은 전효성, 징거에 JTBC ‘걸스 온 파이어’ 출신 예빈이 합류한 3인 체제로 이뤄졌다. 2002년생인 예빈은 전효성과 13살, 징거와 12살 차이가 나는 팀의 막내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팀명을 내건 만큼 ‘그때 그 멤버’를 기대한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시크릿은 원년 멤버 중심의 회상이 아닌 새 멤버 영입을 통한 재정비를 택했다.
초반 반응은 엇갈렸다. 새 멤버 합류 소식이 전해진 뒤 온라인상에서는 “추억 소환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 아니냐”, “원년 멤버가 아닌데 시크릿 컴백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팀일수록 멤버 구성 변화에 대한 낯섦도 클 수밖에 없었다. 전효성(왼쪽부터),예빈,징거(사진=유튜브 캡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선공개 영상 이후다. 예빈이 ‘마돈나’ 라이브와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음색과 톤이 기존 시크릿 색깔과 잘 맞는다”, “빈자리를 생각보다 잘 채운다”, “이 영상 하나로 여론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새 멤버를 향한 시선이 의문에서 호기심으로 옮겨간 것은 분명했다.
전효성이 직접 예빈을 추천했다는 점도 이번 컴백의 서사를 만든다. 전효성은 ‘오소녀’ 데뷔가 무산된 뒤 ‘시크릿’으로 다시 출발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를 찾던 중 ‘걸스 온 파이어’에서 예빈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신인개발팀에 예빈을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설명이다.
앨범 구성은 신곡과 기존 히트곡 리메이크를 함께 가져가는 방식이다. 타이틀곡 ‘아이스크림’은 비발디의 ‘봄’을 샘플링한 청량한 미디엄 템포의 팝 댄스곡이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라지기 쉬운 순간의 감정과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풀어냈다.
공개 이후 ‘아이스크림’은 과하게 힘을 주기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점에서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크릿 특유의 밝고 경쾌한 색을 보여주면서도 새 멤버 예빈이 전효성·징거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도 잘 드러난다.
이외에도 펑키한 신곡 ‘겟 라이트’와 함께 ‘마돈나’, ‘샤이보이’, ‘별빛달빛’, ‘사랑은 무브’ 등 시크릿의 전성기를 이끈 히트곡들의 2026년 버전 리메이크가 수록됐다. 새 멤버와 함께 나섰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시크릿의 색깔도 놓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과거 활동했던 그룹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거나,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히트곡을 재소환하며 화제를 모으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은 원년 멤버들의 만남이나 완전체 성사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크릿처럼 오랜 공백 뒤 새 멤버를 더해 팀을 다시 꾸리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낯선 선택이다.
관건은 이 선택이 단순한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가요계 흐름 속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다. 히트곡 리메이크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새 체제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 과거와의 비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반대로 예빈이 기존 곡의 향수를 해치지 않으면서 전효성·징거와 함께 현재의 시크릿을 납득시킨다면 이번 컴백은 가요계에 긴 공백 뒤 새 멤버를 더해 팀을 이어간 이례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 선공개 영상으로 예빈을 향한 우려를 일부 걷어냈고, 신곡 ‘아이스크림’으로 3인 체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제는 무대와 자체 콘텐츠, 유튜브 채널 출연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팀의 이미지를 얼마나 쌓아가느냐가 중요하다. 12년 만에 돌아온 시크릿이 새 멤버와 함께 다른 가능성을 만들지는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