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니픽쳐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상실 이후에도 묵묵히 나아가는 피터 파커의 여정을 통해 ‘톰스파’(톰 홀랜드 스파이더맨)를 재정의하고,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채 친절한 이웃이자 히어로로서 본분을 다하며 살아가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로 시작된다. 어김없이 뉴욕의 범죄자를 처단한 어느 날, MJ(젠데이아 콜먼)와 충격의 재회를 하게 된 피터는 거미줄 고치에 둘러싸인 채 깨어난다. 신체 전반에 걸친 DNA 변이와 통제 불능의 힘에 혼란을 겪는 가운데,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아는 의문의 인물까지 등장하며 그를 압박한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5년 만에 귀환한 ‘톰스파’ 네 번째 시리즈로,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결말인 ‘상실’을 출발선으로 삼는다. 영화는 시리즈의 정서를 근본부터 전환한다. 앞선 작품들이 하이틴 성장물 특유의 경쾌한 리듬 속에서 피터의 좌충우돌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남겨진 자의 책임과 고독에 집중한다. 웃음기를 덜어낸 자리에는 묵직한 사건들이 채워지고, 카메라는 사건보다 감정에 오래 머무르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끝까지 응시한다.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피터의 내적 성장이 있다. ‘브랜드 뉴 데이’의 피터는 반짝이는 소년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 결과를 감내하는 어른에 가깝다. 영화는 화려한 히어로의 활약상보다 인간적인 흔들림과 번민을 조명하고, 깊은 고뇌 위에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피터의 모습을 그려낸다. 톰 홀랜드 역시 한층 절제되고 밀도 높은 연기로 피터의 내면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 / 사진=소니픽쳐스 제공
액션 시퀀스는 서사를 단단히 지탱하는 유기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단순한 규모의 확장에 머물지 않고, 피터의 신체적·심리적 변화와 맞물려 독창적인 볼거리를 창출한다. 특히 피터의 갑작스러운 DNA 변이와 통제 불능의 힘은 이전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전투 양식을 낳는다. 첨단 슈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오롯이 본인의 신체 감각과 직관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 또한 피터의 성장과 동기화돼 몰입도를 높인다.
빌런 구축 방식에서도 차별점을 획득했다. 이번 작품은 ‘엑스맨’의 진 그레이를 전면에 배치, 그의 텔레파시 능력을 이야기의 핵심 축으로 활용한다. 이 초능력은 단순히 강력한 적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채로운 빌런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서사적 매개체가 된다. 나아가 진 그레이의 가족 이야기까지 결합하면서 영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외연을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무수한 변화 속, 흔들리지 않는 것도 있다. 시리즈를 관통해 온 주제이자 본질인 ‘선의’다. ‘브랜드 뉴 데이’는 결국 스파이더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온기와 책임을 감당하는 선택, 그리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려는 의지임을 증명한다.
쿠키 영상은 하나로, 스파이더맨의 ‘다음’을 예고한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