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이 열린 12일 목동야구장. 배재고가 인천고 강동찬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고 이지호(18)와 승부를 택하자, 야구장 관중석의 한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이지호는 이날 인천고가 6-5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 초 배재고 왼손 구원 투수로 등판한 고도현이 던진 초구 패스트볼을 밀어 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가 됐다. 인천고는 5-5로 팽팽히 맞서던 8회 초 유지호의 1타점 적시 3루타와 이어 터진 이지호의 2타점 쐐기 2루타로 8-5로 승리해 1회전을 통과했다.
인천고 에이스로 평가받는 이지호에게는 우여곡절 있었던 경기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1회 말에만 22개의 공을 던져 1실점하는 등 제구가 흔들렸다.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보다 높은 곳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3이닝 5피안타 3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4회부터 1루수·9번 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투구 밸런스가 문제였다는 게 이지호의 설명이다. 일간스포츠와 만난 그는 "캐치볼 할 때까지만 해도 밸런스가 좋았는데, 정작 등판하고 나니 잘 던지려는 욕심이 앞섰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긴장했다"라며 "원래 최고 시속 148㎞까지 던질 수 있는데, 밸런스가 별로인 것 같아 가볍게 던지는 거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날 이지호의 구속은 최고 시속 142㎞를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달랐다.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쐐기 2루타를 터뜨렸다. 그는 "'공보고, 강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타격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며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이) 높은 곳에 형성된 패스트볼이었는데, 내가 잘 치는 코스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던질 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지호로서는 타석에 앞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었다. 인천고가 6-5로 앞서고 있던 2아웃 3루에서 배재고는 8번 타자 강동찬을 고의 사구로 1루로 내보낸 뒤, 이지호와의 승부를 선택했다. 다만, 이지호는 "동찬이가 오늘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강동찬은 이날 경기에서 팀이 1-2로 뒤지던 4회 초 역전 3점 홈런을 쳤다.
투수와 1루수를 오가며 타격까지 소화한 하루를 뒤로하고, 이제 이지호는 봉황대기 상위 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본다. 이지호는 "다음 경기에 (다시 투수로) 복귀해도 잘 던져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등판하는) 경기에서 투구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수에서는 지금 하는 것처럼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 펼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지호는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다. 인천 축현초와 상인천중을 졸업했다. 인천고 1학년 때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을 해 한 학년을 유급했다. 올 시즌 투수로 5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고 있다. 타자로는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90(41타수 16안타)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