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끝은 없다. 오른손 투수 임찬규(34·LG 트윈스)는 구단 역대 최다 탈삼진(1179개)과 최다 선발 등판(253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구단 최초 100승까지 단 4승을 남겨둔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빅리거' 출신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9)가 그의 선생님이 됐다.
카라스코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17시즌 동안 통산 112승을 거둔 베테랑. 임찬규와 같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으며, 투심 패스트볼과 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커터), 커브,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임찬규는 그런 카라스코를 두고 "완전 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구종과 투구법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달 초 임찬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빅리거 레슨'이라는 글과 함께 카라스코가 자신의 투구를 지켜보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임찬규는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날 특히 눈에 띈 건 슬라이더였다.
임찬규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는 카라스코. 임찬규 SNS
임찬규는 이날 91구 가운데 슬라이더를 22개 던졌다. 구사율은 24.2%였다. 올 시즌 임찬규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10% 안팎. 이날 기록은 올 시즌은 물론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최근 본지와 만난 임찬규는 "슬라이더가 정말 좋아졌다. 앞으로도 좋은 무기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라스코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피칭을 하고, 이 코스를 던지기 위해서는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며 "'슬라이더도 어떤 궤적을 그리면서 던질지 생각하며 던지라'는 카라스코의 조언에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카라스코를 향한 고마움도 크다. 임찬규는 "(12일) 경기 중에도 카라스코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고, 경기 끝나고도 덕분에 앞으로 피칭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찬규가 카라스코에게 배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의 야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그가 지금 바라보는 목표도 100승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많은 이닝을 던질 생각을 하다 보면 승도 따라오고 팀 승리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많은 이닝을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닝에 대한 목표는 항상 있다. 15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