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김재윤(36·삼성 라이온즈)의 올 시즌 홈과 원정 성적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김재윤은 올 시즌 50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며 26세이브를 수확했다. 세이브 부문 리그 단독 선두. 이닝당 출루허용(WHIP) 1.06, 피안타율 0.180 등 세부 지표도 준수해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홈과 원정 성적을 나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재윤은 원정 20경기에서 2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원정 평균자책점은 '0'이다. 반면 홈에서는 30경기에서 무려 19실점을 허용했다. 홈 평균자책점은 6.26에 이른다. 홈(0.218)과 원정(0.127) 피안타율 차이도 크다. 같은 투수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투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18일 대구 SSG전에 등판한 김재윤. 삼성 제공
특히 지난 18일 대구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은 김재윤의 홈 징크스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2-1로 앞선 9회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은 안타를 잇달아 허용한 데 이어 폭투까지 범하며 총 4점을 내줬다. 결국 시즌 5번째 블론 세이브를 범하면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리그 역대 7번째로 '7시즌 연속 5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을 세웠지만, 팀의 패배로 대기록의 의미도 빛이 바랬다.
삼성은 현재 리그 2위로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다면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며 홈 어드밴티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팀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져야 할 마무리 투수가 홈에서 유독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박진만 감독에게 적지 않은 고민거리. 김재윤은 통산 세이브는 219개로 역대 5위이자 현역 1위. 지금까지 쌓아 올린 위상은 분명하지만, 홈에서의 불안한 투구가 가을야구에서도 이어진다면 삼성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뒷문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18일 대구 SSG전에서 7시즌 연속 5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김재윤. 삼성 제공
결국 삼성의 남은 시즌 과제 중 하나는 김재윤의 홈 징크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세이브 1위 마무리의 이름값을 믿고 계속 맡길지,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른 투수들의 역할을 조정할지 박진만 감독의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원정에서는 완벽에 가까웠던 김재윤이 홈에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삼성의 가을야구를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심리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다. 괜히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순간 홈에서 잘 막아내는 경기가 쌓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마련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