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그날 누가 못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경기가 끝나면 구단 SNS 게시물에 댓글이 쏟아진다.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거나 찬스를 놓친 선수의 이름이 도배되고, 패배를 결정지은 장면의 주인공에게는 거친 비난이 따라붙는다. 선수 개인 SNS도 예외는 아니다. 게시물 댓글은 물론 악성 개인 메시지(DM)에 시달린다.
최근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이 이런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 15일 수원FC와의 홈 경기 이후 선수들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지적하며 "용기 있게 시도하고 경험치로 성장해야 하는데, 성장하기 위한 플레이가 아니라 욕먹을까 봐 실수하기 싫어서 폭탄 돌리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SNS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오직 축구에만 집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이 팬들의 반응을 가까이에서 접하다 보니 실패를 감수해야 하는 순간에도 '잘하는 것'보다 '욕먹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5년 김앤장 법률 사무소와 SNS 피해 근절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제공 실제 프로스포츠 선수단이 SNS를 통해 받는 압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지난해 현역 선수 1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 댓글 피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악플 피해를 경험한 시기는 경기 패배나 선수의 실책 직후가 56%로 가장 많았고, 시즌 내내 SNS를 통해 비난받았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피해는 선수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악성 메시지의 대상은 선수 본인이 49%로 가장 많았지만, 부모가 31%, 여자 친구·배우자가 13%를 차지했다.
SNS를 통한 언어폭력은 실제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응답이 36%였고, 경기력 저하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14%였다. 수면·식욕 저하를 겪은 경우는 11%, 은퇴나 이적을 고려한 경우도 4%였다.
이택근 티빙 해설위원.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 캡처 이택근 티빙 해설위원 역시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택근 위원은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해 인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의 DER(수비 효율) 수치가 낮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DER은 팀 전체 야수가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확률을 뜻한다. 이택근 위원은 실책에 대한 팬들의 야유와 질타를 우려해 선수들이 적극적인 수비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가설을 내놨다.
수비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였다가 타구를 놓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SNS와 수비 효율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온라인에서의 평가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경기장에서의 선택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의견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유명한 말이 있다. 물론 세상이 달라졌다. SNS는 이제 구단과 선수에게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만큼은 퍼거슨의 오래된 한마디가 여전히 유효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