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 직후 만난 충암고 3학년 배정호(왼쪽)와 2학년 신지호.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충암고 2학년 신지호가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충암고 2학년 신지호가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타격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충암고 좌투좌타 우익수 신지호(17·2년)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보호장구를 착용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특히 종아리 부위를 보호하는 풋가드에 새긴 검은색 실루엣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오지환이 2023 한국시리즈(KS)에서 역전 홈런을 친 뒤 만세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신지호도 홈런을 쳐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2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부산고와 벌인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신지호는 충암고가 1-2로 뒤지던 6회 말 부산고 오른손 투수 이승민의 시속 147㎞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115m. 충암고 타선을 상대로 호투하던 이승민은 신지호의 홈런 한 방에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신지호의 활약은 수비에서도 나왔다. 그는 4-3으로 앞서던 8회 초 2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홈 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부산고 3번 타자 조재우가 충암고 투수 김지율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쳤다. 1점을 내줬지만, 신지호가 홈으로 정확하게 송구하면서 부산고 2루 주자는 협살에 걸려 태그 아웃됐다. 역전 위기를 넘긴 충암고는 9회 말 5-5로 맞선 상황에서 이성곤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뒤 일간스포츠와 만난 신지호는 홈런 상황에 관해 "상대가 공이 빠른 투수였지만, 전혀 못 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 내가 4번 타자이니, '힘으로 한 번 붙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올 시즌 홈런을 친 공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이었다. 타이밍을 앞에 설정하고 타격한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충암고 2학년 신지호가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신지호는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그는 8강전에서 북일고 상대로 2점 홈런을 쳤다. 신지호는 "시즌 초반에는 4번 타자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중요할 때마다 (결정타를) 치니 자신감이 점점 붙는다"라고 말했다. 신지호는 27일 기준으로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타율 0.337(104타수 35안타) 4홈런 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0을 올렸다.
충암고 3학년 배정호가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우투우타 내야수 배정호(18·3년)도 신지호와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3번 타자인 그는 4-4 동점이던 8회 말 정주원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홈런을 쳤다. 고교 통산 마수걸이 홈런. 배정호는 "고교 마지막 타석이 될 수 있었다. 후회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마침 노리던 공이 왔다. 자신감 있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결승에 오른 충암고는 황금사자기에 이어 시즌 2관왕이자 봉황대기 최다 우승(5회)을 노린다. 신지호는 "대회 최다 우승 팀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정호는 "서울 야구부 중 우리가 최고임을 이미 증명했다. 우승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겠다"라고 했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최종전까지 왔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서 꼭 우승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우신고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자 기뻐하는 마산용마고 선수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같은 날 열린 마산용마고와 우신고의 준결승에서도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마산용마고는 5-1로 앞선 9회 말 마지막 수비에서 2점을 내줘 긴장감이 고조됐다. 2사 만루에서 이원강이 우신고 6번 타자 신현민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여덟 차례에 그친 마산용마고는 '8전 9기'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