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교사. [사진 남양주 진접고등학교 제공]
사제 간의 신뢰와 진심 어린 소통으로 39년간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켜온 참스승이 교정을 떠난다. 학생들의 가능성을 믿고 발맞추어 걸어온 남양주 진접고등학교 김혜자 교사가 2026년 8월 정년퇴임을 맞이했다.
김 교사의 교직 여정은 1988년 인천 강화도 강남종합고(현 강남영상미디어고)에서 시작됐다. 음악 전공자였으나 당시 학교 사정상 전공과 무관한 농업 과목을 맡아야 하는 이른바 '상치 교사'의 처지에 놓이며 초임 시절부터 커다란 시험대에 올랐다.
막막함에 눈물짓던 그는 숨기기보다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고 싶지만 농업 지식이 부족해 걱정"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에 학생들은 조롱 대신 교사를 돕겠다고 손을 내밀었고,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문답을 주고받으며 함께 공부하는 특별한 배움터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어, 당시 제자 중 한 명이 훗날 농과대학에 진학한 뒤 감사 인사를 담아 트럭에 싣고 온 장미 100그루를 전교생과 교정에 심었고, 장미는 해당 학교의 교화로 지정되는 아름다운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제자를 향한 헌신은 2003년 군포 궁내중학교 재직 시절에도 빛났다. 당시 의사소통과 또래 관계 형성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학생을 맡게 된 김 교사는 반 아이들과 힘을 모아 포용적인 교실 분위기를 만들고, 매일 정성을 다해 기초 발음을 지도했다. 교실 문을 열며 서툰 발음으로 "선생님"을 부른 학생의 외침에 반 전체가 환호와 박수를 보낸 순간은 학교 안팎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후 경기도호국교육원(현 경기도학생교육원)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김 교사의 보살핌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밤 9시마다 4년 동안 꾸준히 전화를 걸어 30분씩 일상과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서서히 마음을 열고 반응을 보인 해당 제자는 마침내 당당히 대학에 진학해 자립의 길을 걷게 됐다.
마지막 부임지인 진접고에서도 학생 중심의 교육 철학은 그대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음악을 매개로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음악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악기 보관부터 무대 기획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독려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학교 예술축제인 '해밀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살아 숨 쉬는 학교 예술 문화를 꽃피웠다.
'2026 하반기 일간스포츠 선정 혁신한국인 파워코리아 대상(교육인 부문)'을 품에 안은 김혜자 교사는 "교육의 시작과 끝은 오직 학생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데 있다고 믿었다"며 "긴 세월 교직의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제자들과 동료 교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소회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