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서울런2026' 행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한 참가자가 휠체어를 밀며 뛰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달리는 재미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까지 더한 러닝 축제다. 약 1만2000명이 참가해 10㎞와 하프(21㎞) 두 부문으로 나뉘어 서울 도심을 달린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13/ "아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런서울런2026(제20회 일간스포츠 서울마라톤)'. 이날 특별한 참가자가 있었다. 휠체어를 밀며 하프 코스(21.0975㎞)를 완주한 김준희 씨다.
김준희 씨는 아들 김찬호 군과 함께 달렸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김찬호 군은 어릴 때부터 걷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약 1년 전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진행성 질환인 만큼 앞으로 걷는 것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준희 씨는 지금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런서울런2026에 참가한 김준희 씨(왼쪽)와 김찬호 군. 김준희 씨 제공 이날 부슬비까지 내렸다. 빗길에 휠체어가 미끄러질 수도 있고, 평소보다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준희 씨는 "아들이랑 함께하면 할 수 있겠더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21㎞를 달렸다. 김준희 씨가 휠체어를 밀면 김찬호 군은 아빠와 함께 호흡하며 코스를 헤쳐 나갔다. 주변 참가자들이 건네는 "파이팅"에는 함께 목소리를 냈고,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기억에 남는 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처음에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달리는 모습이 위험해 보여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을 들은 뒤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을 김준희 씨에게 건넸다.
김준희 씨는 "응원 소리에 나도 힘이 나고, 아이도 정말 좋아하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찬호에게 같이 뛰고 싶다고 하면 싫다며 투덜거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막상 출발선에 서면 누구보다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런서울런2026에 참가한 김준희 씨(왼쪽)와 김찬호 군. 김준희 씨 제공 실제로 김찬호 군은 14일 아침에도 대회 이야기를 꺼냈다. 김준희 씨는 "학교 가기 전에도 아이가 '어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해줘서 기분이 좋았어'라고 하더라. 정말 좋아했다"고 전했다.
달리기는 김준희 씨 자신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들의 병을 처음 알게 된 뒤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김준희 씨에게 달리기는 단순히 자신만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아들과 함께 세상을 경험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시간이다. 아들이 움직일 수 있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김준희 씨는 앞으로도 아들과 함께 달리며 그 시간을 오래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