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9일 KT와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던 수원KT위즈파크, 다음 시즌 KT 신인 김정운(오른쪽)이 친구 김동헌(키움)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IS포토
3년 전, 수원 KT위즈파크 3루 관중석에서 치열한 예매 전쟁 끝에 구한 티켓을 쥐고 가을야구를 지켜보던 고교 특급 유망주가 있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기도 전에 "언젠가 가을야구,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자"고 절친과 약속했던 소년. 이제 그 소년은 관중석이 아닌, KT 위즈의 가장 뜨거운 가을 마운드를 지킬 핵심 필승조로 우뚝 섰다. 사이드암 투수 김정운(22)의 이야기다.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김정운은 입단 직전 가을, U-18 대표팀 동기이자 키움 신인이던 절친 김동헌과 함께 수원 KT위즈파크 준플레이오프 현장을 찾았다. 구단 초청이 아닌 '직접 예매'로 3루 원정석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그는 뜨거운 가을 축제를 눈에 담으며 팬들에게 "사랑에 보답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수줍게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26년 가을, 상상은 현실이 됐다. 김정운은 최근 10경기에서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7의 짠물 투구를 펼치며 당당히 KT 불펜의 필승조 한 축을 꿰찼다. 특히 1점 차 살얼음판 승부였던 지난 20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 팀의 선두 수성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3년 전, 씩씩하게 "가을야구 마운드가 목표입니다"를 외쳤지만 꿈이 현실이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입단 초기 찾아온 수술과 지루한 재활 훈련의 터널 속에서 김정운은 '내 공이 1군에서 통할까'라는 지독한 불신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흔들리던 그를 붙잡아준 것은 코칭스태프의 신뢰와 가족들의 헌신이었다. "내가 널 믿는데, 네가 널 못 믿으면 어떡하냐"는 홍성용 퓨처스(2군) 투수코치의 한마디는 김정운의 가슴에 불씨를 지폈다.
KT 김정운. KT 제공
알을 깨고 나온 김정운의 공은 무서웠다. 최근 10경기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7.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무게감이 있었다. 박영현 등 주축 불펜진이 국가대표 차출로 자리를 비운 절체절명의 순간, 김정운은 주저 없이 마운드에 올라 팀을 지켰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회전수(RPM)가 2500회를 훌쩍 넘길 정도의 묵직한 구위는 물론, 씩씩한 승부근성도 돋보인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김정운의 거침없는 투구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 감독은 "(김)정운이는 스트라이크 존에 거침없이 공을 때려 넣어 볼넷 걱정을 안 시킨다"며 "벤치가 정말 편하게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라고 깊은 신뢰를 보냈다. 경기 후 퇴근길 복도에서 김정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뉴 에이스!"라고 외친 이 감독의 찬사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20일 경기 후 만난 KT 김정운. KT 제공
이제 KT의 정규시즌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그가 꿈꿔왔던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인 한국시리즈 등판도 눈앞에 와 있다.
"한국시리즈 마운드요? 1군에 처음 올라올 땐 거기까지 생각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시는 만큼 마운드에서 더 씩씩하게, 더 잘 던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