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김지원 (사진=SBS)
흥행도 실패하지 않았다. 배우 김지원의 2년 만 안방 복귀작 ‘닥터X’가 단 2회 만에 보법 다른 메디컬 드라마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지난 9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는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깨부수는 ‘수술방의 미친 계’, 닥터X 계수정(김지원)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다.
첫 방송부터 전례 없는 두 자리 수 시청률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1회에서 11.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더니, 2회에선 14.9%로 치솟았다. 1회 수치는 올해 방영된 드라마 최고 기록을 보유한 SBS 금토극 전작 ‘김부장’보다도 높아 흥행 세대교체 기운도 감돌고 있다.
‘닥터X’는 앞서 멜로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흥행을 견인하며 명실상부 ‘흥행퀸’의 자리에 오른 김지원의 복귀작이자 연기 변신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으나, 메디컬 드라마 문법 또한 SBS표 ‘사이다 유니버스’ 안에서 재해석되며 시너지를 냈단 분석이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사진=SBS) 원작은 2012년 첫 시즌을 방송해 시즌7까지 제작된 일본 인기 드라마지만, 이정림 감독과 편성근 작가는 ‘닥터X’를 2026년의 한국 의료계로 이식했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란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하며 수술실 CCTV 법제화, 의대 증원 반대 의료 파업 등 현실의 쟁점을 극중 배경으로 명시하며 기존 메디컬 드라마보다 시의성을 높였다. 이는 ‘중증외상센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서도 본 적 없던 도발적인 설정이다.
앞선 안건들에 거세게 뭉쳐 반대했던 의료계 일각을 연상시키듯 ‘닥터X’ 제작진은 극중 대학병원 의사들을 ‘하얀 마피아’라고 설정하면서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더했다. 그로 인해 원작부터 사랑받은 ‘프리랜서’라는 주인공 계수정의 입지는 견고한 카르텔을 깨부술 ‘다크 히어로’로서 설득력이 선명해졌다.
이처럼 사이다를 터뜨리기 좋게 각색된 환경에서 김지원의 연기는 계수정을 흥미롭게 따라갈 이유를 준다. 반사회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포커페이스에 독한 정론을 쏟아낼 땐 속이 시원하게 만들지만, 계수정이 식탐을 부리거나 수술 후 환자의 심장에 가만히 손을 얹는 장면에선 일관성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미세한 조절로 인간적 호감도를 높였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사진=SBS) 계수정의 활약을 부각하는 캐릭터 앙상블도 탄탄했다. 병아리 인턴 박태경(김우석)의 풋풋함은 물론, 배흥곤(이성욱)과 마성규(권승우)의 계수정을 향한 밉상 티키타카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계수정을 파견한 용역소개소장 장희숙 역 이정은과 계수정의 등장으로 기회를 잡은 새 병원장 부승권 역 손현주의 의미심장한 묵직한 연기는 추후 전개에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SBS는 원작의 존재감이 강한 ‘닥터X’를 탄탄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성, 정의 구현 메시지라는 ‘사이다 유니버스’ 공식을 대입하면서 오늘날 한국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계수정의 ‘용병 의사’ 시절 과거사 등 흥미로운 요소가 남은 만큼 흥행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10년 전 첫 시즌 시청률 27.6%로 사랑받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이을 또 하나의 강력한 메디컬 IP가 탄생할지 업계 안팎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