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 미쳤넷! ‘넷플잔치’’ 현장 /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국 진출 10년 만에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넷플릭스가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K콘텐츠의 영향력은 넓혔지만, 제작비 상승과 동남아 콘텐츠의 추격으로 경쟁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 25억달러(약 3조 3173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이 올해 마무리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다음 투자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국내 매출 ‘1조’ 달성…창작 생태계의 도약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 출시 이후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국내 창작 생태계의 성장에 영향을 미쳐 왔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회원 중 약 80%가 한국 콘텐츠를 경험했다. 2021년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투둠(Tudum) 도입 이후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품 역시 200편을 웃돈다.
양적 성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은 지금까지 672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비영어권 TV쇼 부문 올해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멋진 신세계’, ‘김부장’,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등 레거시 미디어와의 유통 협업작 역시 주차별 글로벌 순위에서 정상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 생태계의 기반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최근 3년간 공개된 오리지널 작품 3편 중 1편 이상이 신인 감독, 작가의 데뷔작으로 채워졌다. 또 국내 80여개 제작사와 협업하며 약 2만5000명의 전문 제작진과 7만여명의 현장 인력이 참여하는 등 고용 창출 효과를 낳았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등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한 작품들의 재평가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산업적 영향은 매출에서도 확인된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조 5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6317억원) 대비 약 1.7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국내 매출의 약 81%에 해당하는 8539억원이 미국 본사로 지급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이 국내 제작 생태계로 실질적으로 환원되는 ‘경제적 낙수효과’에 대한 평가와 제도적 논의는 과제로 남았다.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흥행 순위 / 사진=넷플릭스 제공◆‘25억달러 약속’ 막바지…몸값 높아진 한국과 동남아의 추격, 그리고 투자 다변화
K콘텐츠의 세계화와 수익성 제고라는 실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향후 투자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투자 확대 국면이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23년 4월, 4년간 총 25억달러 규모의 K콘텐츠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해당 투자 프로젝트의 기한이 올해 만료되면서, 넷플릭스는 중장기 투자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설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주요 변수는 K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넷플릭스 투자 구조의 변화다. 대작 중심의 제작 경쟁이 심화하면서 인건비와 제작비 부담이 급증했고, 과거 북미 콘텐츠 대비 우위를 점했던 ‘비용 효율성’이라는 이점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부상했다. 동남아 콘텐츠의 글로벌 시청 시간은 2023년 대비 2024년 약 50%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해당 지역 작품 40편 이상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새로운 고효율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의 자금 집행 전략도 오리지널 직접 제작 중심에서 ‘리스크 분산형’ 포트폴리오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새다. 방송사 드라마 및 영화 라이선스 구매를 통한 콘텐츠 수급 다변화와 더불어, ‘솔로지옥’, ‘흑백요리사’ 등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화제성을 창출하는 예능 IP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넷플릭스는 여전히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가 견고하다는 입장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VP는 올 초 “(K콘텐츠에) 투자가 줄어들 일은 없다. 정확한 금액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제약 없이 계속 투자할 것”이라며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여러 곳에서도 뜨겁다. 투자를 줄인다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꾸준히 열심히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역시 지난 24일 열린 10주년 행사에 직접 참여해 “한국에서 시작된 시나리오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향후 투자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고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