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2년 전 한국시리즈(KS)가 끝난 순간을 잊지 않았다. 우승을 놓친 뒤 눈물을 쏟았던 선배 강민호와 류지혁, 그리고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분함을 삼켰던 자신까지. 다시 찾아온 마지막 무대에서는 그 기억을 바꾸고자 한다.
삼성은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5차전에서 6-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KS에 진출했다. 원태인은 9회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타자들을 잡아내며 삼성의 KS행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선두 타자와의 승부가 너무 힘들어서 볼넷을 줬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뒤의 타자들을 깔끔하게 막았다”며 “KS 진출을 확정하는 마지막 투수가 되는 것도 나름 재밌더라. 재밌는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마지막 공에는 포수 강민호의 칭찬도 따라왔다. 원태인은 “승리 확정 짓고 (포수) 강민호 형이 ‘여태까지 받아본 공 중에 진짜 제일 좋았다. 너무 멋있는 공이었다’고 해줬다”며 “마지막은 멋있게, 삼진으로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번 시리즈에서 익숙했던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는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재미있게 보였을지 몰라도 참 부담되는 자리긴 하다. 불펜에서부터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몸을 쓰는 감각에도 차이가 있었다. 원태인은 “선발을 하다가 불펜을 하다 보니 힘은 있어도 밸런스나 감각적인 부분이 조금 무뎌지는 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원태인은 첫 타자와 상대에서 적응에 고전했다. 오히려 첫 타자와 길게 승부하면서 감각을 찾았다고. 그는 “계속 스트라이크를 힘 있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밸런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에는 생각한 대로 로케이션이 잘됐다”고 말했다.
낯선 보직은 선발의 책임을 다시 느끼는 계기도 됐다. 아리엘 후라도와 크리스 페덱의 투구를 불펜에서 바라보며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원태인은 “선발이 잘 던져주니까 정말 든든하더라. 선발로서 책임감이 더 생겼다”며 “내가 한 이닝을 더 끌어주는 게 불펜 투수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꼈다. 앞으로 선발로 야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KS에선 다시 선발로 돌아갈까.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태인은 “아직 얘기를 들은 건 없다”면서도 “초반 1, 2차전에는 (불펜에서) 대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좋은 컨디션을 다시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지막 승부를 위해 먼저 몸을 추스르겠다는 생각이다.
상대는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다. 옛 동료 김상수와의 친분도 승부 앞에서는 잠시 접어둔다. 앞서 구자욱이 “(김)상수 형은 우승 반지가 많으니 이번에는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원태인은 “KS에서는 의리나 우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싸워서 실력으로 업셋 우승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PO를 5차전까지 치른 피로보다 우승을 향한 마음이 컸다. 원태인은 “선수들이 많이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한국시리즈에 가면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으로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이니까 끝까지 힘내서 우승으로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전의 눈물을 다시 꺼냈다.
“민호 형과 지혁이 형의 눈물도 기억합니다. 저도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엄청 분했어요. 그걸 재현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꼭 기쁨의 눈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