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꿈꾸는 장면은 분명하다. 보직이 무엇이든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마운드에 서는 것이다.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이끈 야마모토 요시노부처럼, 자신의 공으로 삼성의 가을을 완성하고 싶다. 공교롭게도 한국시리즈(KS) 상대는 30년 전 같은 역할로 우승과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거머쥔 이강철 감독의 KT 위즈다.
원태인은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면 완봉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불펜으로 기용하신다면 마지막 세이브를 올리고 싶다”며 “우승하는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이번 KS에서 원태인이 꿈꾸는 역할은 지난해 WS에서 야마모토가 보여준 모습과 닮았다. 야마모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111구 완투승을 거두며 팀의 WS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후 WS 6차전에서 96구를 던지고도 다음 날 7차전에 구원 등판, 2⅔이닝 무실점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당시 야마모토의 모습을 지켜본 원태인은 “더 큰 무대, 더 큰 중압감 속에서 96구를 던지고 다음 날 더 강한 공을 던지더라. 존경스러운 피칭이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버스를 타는 느낌이 아니라 운전기사로서 진짜 팀을 이끌었다”며 “나도 저런 무대에서 최고의 피칭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가을, 원태인에게도 그 바람을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지난 1일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 KS 진출을 확정한 뒤, 자신의 SNS에 야마모토가 동료들에게 승리 축하를 받는 사진을 올렸다. 선발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불펜에서 팀의 승리를 지킨 날, 자신에게 영감을 줬던 투수의 모습을 다시 꺼내 들었다.
PO에서 구원으로 나선 원태인은 KS 1, 2차전에도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대기한다. 이후에는 시리즈 흐름에 따라 선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PO 하루 전 불펜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계신다고 생각해 흔쾌히 승낙했다”며 “불펜은 정말 힘든 위치더라. 경험을 했기 때문에 루틴에도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원태인 SNS.
상대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그 역할의 가치를 잘 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인 1996년 현대 유니콘스와의 KS에서 3차전 완봉승을 거둔 그는 5차전에서는 공 하나로 세이브를 올렸다. 다음 날 6차전에는 선발로 나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리즈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으로 우승과 MVP를 모두 차지했다. 당시 현대의 신인 유격수였던 박진만 감독은 이제 원태인에게 선발과 불펜을 넘나드는 역할을 맡기며 KS MVP 후보로도 지목했다.
원태인에게 KT는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2021년 1위 결정전에서 패했던 기억에, 2024년 KS 준우승의 아픔도 남아 있다. 그는 “타이브레이커에서 쓴맛을 봤고, 2년 전 KS에서도 아픔을 겪었다. 그런 부담과 복수심을 가지고 이번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야마모토처럼 우승을 이끄는 ‘운전기사’가 되려는 원태인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