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밟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무대는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몸에 힘이 들어갔고, 기대했던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KT 위즈 내야수 류현인은 그런 자신을 다그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신의 좌우명인 ‘진인사대천명’을 되새겼다.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류현인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KS 3차전을 앞두고 “제가 더 긴장한다고 해서 더 잘하는 것도 아니다. 나와 형들, 팀을 믿고 해보려고 한다”며 “결과는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두 경기는 아쉬웠다. 1차전에는 대타로 출전해 삼진으로 물러났고, 2차전에는 6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첫 KS 안타를 기다리는 류현인은 이날 7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담 증세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허경민의 자리를 메운다.
KT 류현인. KT 제공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규시즌과 똑같이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막상 그라운드에 서니 달랐다. 류현인은 “처음에는 되게 설레고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한국시리즈라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긴장했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팬들도 정말 많이 오셨다. 더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잘 안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2차전을 치르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지만, 자신의 부족함도 선명하게 느꼈다. 류현인은 “두 번째 날에는 하다 보니 좀 괜찮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게 확 와닿았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화도 났다”고 말했다. 다만 자책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그는 “일단 팀이 이기는 게 먼저다. 더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도 힘을 보탰다. 코치들은 결과까지 스스로 정할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상수와 허경민, 김현수 등 베테랑들은 자신들도 처음부터 큰 경기가 익숙했던 것은 아니라며 후배를 다독였다. 류현인은 “형들이 ‘나중에 지나면 생각도 안 난다’고,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선배님들도 다 그랬다고 하시면서 긴장될 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셨다”라고 전했다.
KT 류현인. KT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KS는 KT가 우승했던 2021년이다. 당시 단국대에 재학 중이던 류현인은 자신이 이 무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우승하고 싶다”며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상황에 맞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는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류현인은 “오늘은 의식적으로 타석에서 동작도 좀 크게 해보고, 수비 때도 긴장하지 않고 즐겨보려고 한다”며 “긴장은 당연히 되겠지만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안타를 향한 조급함보다 팀에 필요한 플레이가 먼저다. 류현인이 첫 KS에서 되새긴 ‘진인사대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