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시작한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는 ‘장안문 지킴이’ 고영표에게 남달랐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 정규시즌 정상에 올라 도전자를 기다린 첫 KS. 이제 남은 바람은 우승이다.
고영표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KS 3차전을 앞두고 “1차전 애국가가 나올 때 많이 뭉클했다”며 “과거에는 꼴찌 팀이고 약팀이었는데, 지금은 KS에 먼저 직행해 상대를 기다린다는 게 감개무량했다”고 말했다.
2014년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팀의 성장을 함께한 창단 멤버다. 2021년 첫 우승 당시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S를 치렀고, 2023년에 처음으로 수원에서 KS를 펼쳤지만 시리즈 시작은 잠실(1위 LG 트윈스)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한 KT는 안방에서 첫 경기를 맞았다.
자신이 선발 등판한 지난 4일 2차전에는 조범현 KT 초대 감독이 시구자로 나섰다. 고영표는 “당시에는 중간 투수로 던지면서 많이 배웠다. 과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고 돌아봤다. 불펜에서 경험을 쌓던 투수가 이제는 팀을 대표하는 선발로 KS 마운드에 섰다. 정조대왕 유니폼에 새겨진 연고지 ‘수원’의 이름도 그렇게 쌓아온 시간과 함께 다가왔다.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kt 선발 고영표가 6회초 1사 만루 위기를 병살로 마무리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뜻깊은 등판에서 고영표는 제 몫을 다했다. 그는 2차전에서 96개의 공으로 7이닝을 책임지며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삼성 선발 크리스 페덱도 7이닝 1실점으로 맞섰다. 두 투수는 1-1로 맞선 채 승패 없이 물러났고,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승부는 KT의 2-3 패배로 끝났다.
승리한 삼성의 페덱은 데일리 최우수선수(MVP) 인터뷰에서 상대 투수들의 호투를 칭찬했다. 이를 지켜본 고영표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나도 인터뷰했다면 페덱을 칭찬했을 것이다. 좋은 투수전을 만들려면 서로 같이 잘해야 한다”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선수가 이렇게 칭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쉬웠다. 안정적으로 이닝을 끌고 갔어야 하는데 위기를 자주 맞았다”고 짚었다. 특히 “높은 코스로 요구했을 때 낮게 들어가면서 장타를 허용한 부분이 아쉽다”며 다음 등판까지 투구 밸런스와 메커니즘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에서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6회 초 1사 후 구자욱과 최형우, 르윈 디아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만루에 몰렸지만, 류지혁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버텼다. 고영표는 “디아즈에게 커브로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볼넷을 주기보다 직구로 공격적으로 승부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리즈가 6차전까지 이어진다면 등판 간격상 고영표와 페덱이 다시 선발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서로를 인정한 두 투수지만, 다음 승부까지 양보할 생각은 없다. 고영표는 “다음 경기에서는 내가 승리투수 인터뷰를 하면서 페덱을 칭찬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 팀에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시작한 KS의 벅찬 마음을 우승의 기쁨으로 이어가는 것. ‘장안문 지킴이’는 그 길에서 다시 자신의 몫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