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 컴포트 1관에서는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작 '공작' 특별 GV(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모더레이터 김형석 평론가의 진행으로 윤종빈 감독과, 배우 이성민이 참석해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8월 개봉한 '공작'은 대북공작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누적관객수 497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국내는 물론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성민은 '공작'에서 엘리트 북경 주재 대외경제위 처장이자 북한 외화벌이 총책임자 리명운 역할을 맡아 오직 이성민만이 할 수 있는 연기와 정서로 북 최고위층 인사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리명운의 비주얼·대사·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눈빛은 여전히 생생하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공작'은 영화부문 작품상과 남자최우수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성민은 "'최우수연기상'이라는 부문 타이틀에 걸맞는 배우는 이성민이다. 연기 하나로는 '공작'의 이성민을 따를 배우가 없다"는 심사위원 극찬 속 최우수연기상 주인공이 됐고, '공작'은 만장일치을 받으면서 전 부문 중 최단시간 수상이 결정됐다.
이로써 '공작'은 '공작'이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상식이었던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주요부문을 모조리 석권하며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윤종빈 감독과 이성민, 그리고 관객들은 '벌써 1년이 지났나' 싶을 정도로 여전히 생생한 '공작'의 시작점부터, 볼 때마다 다르고, 몇 번을 봐도 신선한 명작의 감동까지 50분간 화기애애한 에너지를 함께 교류했다.
-공식 개봉 후 1년이 지났다. 백상예술대상 수상까지 1년 레이스가 알찼는데, 현 시점에서 '공작'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 윤종빈 감독(이하 윤=) "우연의 일치로 어제 '공작' 일본 개봉을 기념해 일본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뭔가 '끝나지 않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촬영이 2017년도에 끝났고, 2018년에 개봉했는데, 2019년까지 '공작' 인터뷰를 하고 있다니' 싶더라.(웃음) 거기에 지금은 GV도 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영화가 맞다." 이성민(이하 이=) "개인적으로 '공작'은 내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다 개봉을 기점으로 딱 1년 됐는대 개봉할 때만 해도 남북 관계가 쉽게 잘 풀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영화도 그런 분위기 속에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다시 약간 힘든 상황이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공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호연지기'다. 왜 다른 단어가 아닌 '호연지기'여야만 했는지 궁금하다. 윤="호연지기의 뜻이 도의에 근거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 마음을 뜻한다. 아시다시피 사자성어다. 좀 옛스러우면서도 사자성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알만한 말이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영화의 메시지와 뜻을 전달해야 하는데 어려우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리명운은 흑금성(황정민)을 의심하다 결정적 순간 목숨을 걸만한 모험을 감행한다. 이= "그게 '호연지기' 아닐까 싶다. 스파이와 적대 관계로 만나 있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뜻과 꿈은 서로 같다. 각자의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꿈꾸고 있는 대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가 그런 결단을 내리게 한 것 아닐까 싶다. 그런 모습이 서로에게도 비춰지는 신이었다." 윤= "내가 대본을 썼을 때 생각은, 리명운은 흑금성 존재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꾸준히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1차적으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에게 돌아오는 문제들도 있었겠지만, 결국 대의, 그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흑금성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함께 걷게 된다."
-흑금성 정체가 발각된 후 보내주는 장면도 실제로는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안 간 것으로 안다. 극적으로 각색한 것인가. 윤=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현실에서는 북한에 있을 때 정체가 발각된 것이 아니고, 광고 촬영을 하러 들어가기 한달 전 언론에 의해 정체 발각된다. 광고 일정은 당연히 다 취소됐다. 이후 흑금성이 베이징에 있는 리명운을 찾아가 '속인 것 사과하겠다'고 말하고, 리명운은 '북한에 같이 가 김정일 앞에서 당신이 설명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는 흐름상 영화적 내적 호흡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각색 과정을 거쳤다." 이= "리명운 입장에서는 흑금성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보내준 것이다. 리명운은 '결국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고 판단했고 '나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뭐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으니까. 그것 역시 호연지기 아닐까 싶다."
-흑금성과 리명운이 걸어가다 마주 보면서 끝난다. 이= "촬영 때도 그 것이 전부였다. 걸어가서 만나는 것까지 찍지 않았고, 걸어 가는 것에서 끝났다. 나도 의외였다. 만나게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그냥 끝내시더라. 그 신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트랙이다. 긴 레일을 깔아서 줌 인, 아웃을 움직였는데 그게 엄청 길었다. 내가 영화와 드라마를 찍은 이례로 그렇게 길게 깔린 것은 처음 봤다." 윤= "원래 대본 상에서는 쳐다만 보는 것이 끝이었다. 근데 촬영을 위해 현장에 갔더니 거대한 한반도 기가 걸려 있더라. 그걸 쭉 보면서 '왠지 뭘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엔딩이 바뀌었다. 다가가다가 끝난 것으로 하자. 그 이유는 내가 봤을 땐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보기만 하면서 끝나면 좀 단순하게 느껴지고 둘의 감정으로 끝나는 영화처럼 될 것 같았다. 어찌됐든 둘의 관계는 다가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안에 놓여있다. 많은 언론들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고. 그게 현재도 진행 중인 한반도의 비극이라 생각했다. 역사는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렇게 끝내는 것이 여러 의미로 좋을 것 같았다." 이= "아, 기억나는 것이 또 있다. 이효리 씨다. 우리도 신기해서 '이효리다, 이효리다' 하고 있었다.(웃음) 감독님이 한반도기 말씀을 하셨는데 난 그걸 보면서 '요즘 친구들이 저 깃발을 알까?'라는 걱정을 살짝 했다. 영화가 개봉하면 어린 친구들도 영화를 보게 되지 않나. 근데 요즘엔 자주 볼 수 없는 깃발이다 보니 '저 깃발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재회의 순간까지, 리명운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 "시계 풀어놓고 끌려간다. 그걸로 충분히 여러 상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등장할 땐 살아는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췌해 보이고 나이 들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나간 시간동안 힘들게 살아왔구나'가 보여지는 얼굴이다. 그건 감독님 연출 의도였다. 나와 같이 있었던 주변 인물들은 총살을 당했을 것이고. 대본에는 다 죽는 것으로 쓰여져 있었다." 윤= "보위부 요원들은 사형을 당했다. 리명운은 애초 스파이를 걸러내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외화벌이가 목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아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또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맞췄기 때문에 처벌 받지는 않았다."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