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현지 팬들이 2년 가까이 기다렸던 에이스의 모습을 류현진(34·토론토)이 완벽하게 선보였다.
류현진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은 8개였다. 토론토의 7-2 승리를 이끈 류현진은 최근 2경기 연속 선발승을 따내며 시즌 11승(5패)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26에서 3.22로 소폭 낮아졌다. 투구 수는 99개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93.2마일(149.9㎞)로 측정됐다.
토론토 이적 후 첫 로저스센터 등판 경기였다. 류현진은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의 역대 외부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대 계약인 4년 80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캐나다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토론토는 뉴욕 샬렌필드와 플로리다 더니든 TD 볼파크를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계약 체결 이후 무려 586일 만에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1회 초를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2회 초에도 류현진은 선두타자 프란밀 레예스를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시작했다. 다음 타자 해롤드 라미레즈를 상대할 때는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점프해 잡아낸 후 1루로 송구해 아웃시키는 수비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순항을 이어가던 류현진은 3-0으로 앞선 4회 초 첫 실점을 기록했다. 호세 라미레스의 빗맞은 타구가 내야안타가 되면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레예스를 삼진으로 잡고 라미레즈를 상대로 3루수 땅볼을 끌어내 2사 1루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바비 브래들리에게 우월 2루타를 맞아 실점을 허용했다. 중계플레이로 홈에서 주자를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2루수 마커스 시미언이 악송구를 뿌려 실점하고 말았다.
5회 뜬공 3개로 막은 류현진은 6-1로 앞서던 6회 초 다시 실점했다. 첫 두 타자를 상대로 우익수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잡았으나, 레예스와 라미레즈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아 이날 경기 두 번째 실점을 내줬다. 브래들리가 내야안타를 때려 류현진은 2사 1·3루의 위기가 계속됐으나, 메르카도를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뒤를 이어 등판한 구원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냈다.
류현진이 호투를 거듭하는 사이, 토론토 타선은 꾸준히 점수를 뽑았다. 1회 말 조지 스프링어의 솔로 홈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투런 홈런으로 류현진에 3점의 리드를 안겼다. 2점 차로 쫓기던 4회 말에는 브레이빅 발레라의 1타점 2루수 땅볼로 다시 도망갔다. 5회 말에는 보 비솃의 희생플라이와 에르난데스의 1타점 적시타로 점수를 5점으로 벌렸다.
올 시즌 류현진의 승수 쌓기 페이스는 상당하다. 이날 전까지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2위였던 류현진은 11승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수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수치다. 류현진의 한 시즌 최다승은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3~2014, 2019년의 14승이다. 류현진의 페이스와 팀의 전력을 고려할 때 2013년 MLB 진출 후 한 번도 달성해본 적이 없는 15승이 가능해 보인다.
류현진은 이날 MLB 개인 통산 70승도 달성했다. 159경기 만이다. 아시안 메이저리그 최다승(124승) 기록을 갖고 있는 박찬호에 이어 역대 한국인 투수 메이저리거 최다승 2위다. 3위는 김병현(은퇴)의 54승이다. 아시아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전체 5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승수는 168승(KBO 98승+MLB 70승)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인터뷰에서 “토론토와 계약한 뒤 로저스센터에서 처음으로 등판했다. 토론토 팬들 앞에서 승리를 따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토에 온 뒤) 선수들 분위기가 좋아졌다. 홈 팬들 앞에서 펼치는 경기가 선수들 능력을 몇 배로 이끌어내고 있다. 많은 응원이 있어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이 발휘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