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KBS 2TV 한 시대를 달궜던 드라마들이 다시 시청자 앞에 선다. 재방송도, 단순 스페셜도 아니다.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과 유인나가 ‘도깨비’로 재회하는 데 이어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도 ‘구르미 그린 달빛’ 10주년 예능으로 다시 뭉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과거 인기 드라마 IP를 예능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도깨비’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당시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했고, 배우들의 조합 역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먼저 tvN은 개국 20주년을 맞아 ‘도깨비’ 10주년 특집 예능 ‘함께여서 찬란하神-도깨비 10주년 여행’을 선보인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는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를 다시 찾으며 작품을 함께 돌아본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네 배우가 강릉 주문진 방파제 등 ‘도깨비’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는 모습이 담겼다. 빨간 목도리 등 드라마 속 소품까지 다시 등장하며, 작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을 예능으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방영 당시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20.5%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촬영지와 명대사, 배우들의 케미가 꾸준히 회자될 정도다.
KBS 역시 ‘구르미 그린 달빛’ 10주년 특집 예능 제작을 준비 중이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 등 주연 배우 5인방이 출연을 논의 중이며 촬영은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방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세자 이영과 남장 내시 홍라온의 궁중 로맨스를 그린 청춘 사극이다. 당시 최고 시청률 23.3%를 기록했고, 박보검과 김유정은 이 작품으로 ‘2016 K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을 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도깨비’가 겨울의 낭만과 판타지를 대표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청춘 사극 특유의 밝고 풋풋한 정서로 안방극장을 채웠다.
‘구르미 그린 달빛’ 10주년 예능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공개되기 전이다. 다만 주연 배우들의 재회 가능성만으로도 관심은 높다. 작품이 가진 청춘 사극의 색깔과 배우들의 10년 만의 만남이 예능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두 작품의 10주년 예능은 과거 인기작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히트 드라마가 재방송, 명장면 클립, 스페셜 편성 등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예능이라는 별도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OTT와 숏폼을 통해 과거 작품이 계속 재소비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10년 전 드라마도 현재의 시청자와 다시 만날 접점이 많아진 셈이다.
배우들의 재회를 기다려온 팬덤 수요도 크다. 인기 드라마 속 커플과 조연진은 작품 종영 이후에도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는다. 다시 같은 작품명 아래 모이는 것만으로도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배우들이 직접 당시 촬영 비하인드와 현재의 소회를 꺼내놓는 과정 역시 기존 팬들에게는 반가운 볼거리다. 방송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IP로 안정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구르미 그린 달빛’ 배우들의 재회는 앞서 한 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김유정, 진영, 곽동연은 박보검의 첫 녹화를 응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과 9년째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며 세 사람을 직접 섭외했다고 밝혔고, 김유정, 진영, 곽동연은 도경수의 ‘팝콘’ 깜짝 무대까지 준비했다.
다만 10년 전 드라마의 귀환이 단순한 추억 소비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건은 ‘새로움’이다. 과거의 인기와 배우들의 재회만으로 초반 관심을 모을 수는 있지만, 예능 콘텐츠로서 지속적인 재미를 만들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익숙한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재의 시청자들이 새롭게 볼 수 있는 지점을 함께 담아내야 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예전에 인기 있었던 드라마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추억 회상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옛날이야기나 토크 비중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별도의 여행 예능 등 새로운 형식을 취한다면 과거 회상에만 머물지 않고, 예능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며 “새로운 볼거리, 배우들 간의 호흡, 오랜만에 재회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예능 고유의 재미가 살아날 때 추억 소환 이상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깨비’가 촬영지를 다시 찾는 여행 콘셉트로 추억을 시각화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배우들의 만남을 예능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작품을 사랑했던 시청자에게는 반가운 재회가, 뒤늦게 OTT와 숏폼으로 작품을 접한 세대에게는 새로운 입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드라마 IP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하 평론가는 “과거 히트작의 배우들이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요즘은 콘텐츠를 만들어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인 만큼, 유명 콘텐츠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후속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처음부터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손쉽게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이라며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하나의 콘텐츠 활용 방식으로 계속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10주년 예능의 성패는 과거의 인기를 지금의 콘텐츠로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깨비’와 ‘구르미 그린 달빛’이 2016년의 추억을 넘어 2026년의 예능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