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처음 맞아봤는데 뺨 맞은 것보다 서럽더라고요.” 배우 박하나는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맞아본 맞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뺨 싸대기는 기본, 등짝 스매싱도 수차례 당해봤다. 상대가 던진 각종 물건에 맞는 연기도 해봤지만, 소금은 그야말로 신체적 통증과 함께 마상(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종영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짝사랑하는 회장님 이영국(지현우 분)을 쟁취하기 위해 애쓴 악역, 그래서 시청자로 하여금 마음이 쓰이게 하는 조사라, 일명 조실장을 열연한 박하나와 마주 앉았다.
-종영 후 근황이 궁금하다. “촬영 끝나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같이 갔다. 이세희, 김가연 등과 재미있게 보냈다. 또 일주일에 닷새를 골프를 치러 갔을 만큼 골프에 빠져있다. 세트 촬영이 목, 금, 토요일에 고정이었는데 요즘 오래 자고 있어도 되나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작품을 마친 소감은. “그동안 호흡이 긴 장편을 많이 했는데 보통 대본이 5부 정도 남을 때쯤 지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벌써 끝나나 싶을 정도였다. 100부작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안 끝났으면 좋겠는데 끝났다.”
-작품이나 연기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내 연기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라 캐릭터에서 아직 못 빠져나오고 있다.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 한 캐릭터에 몰두했는데. “작가님께 감사하다고,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렸다. 이번 작품이 참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몰입해 찍은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 이름 사라보다 조실장으로 불리는데. “조실장님이 더 친근감이 든다. 캐릭터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은 적이 없다. 조실장이라고 하니 새로운 직책을 맡은 것 같다. 시청자들, 주위에서 조실장님을 애교 있게 불러줘서 좋다. 사실 대본을 받았을 때 스물두살 영국이 어떻게 연기할지 몰랐다. 회장님 톤으로 ‘조실장 누나’라고 부르는 상상을 하니 이상했다. 대본 리딩 때 22세로 바뀐 대사를 듣는 순간 너무 귀엽고 재미있게 연기해서 이게 지현우지 싶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나. “사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는 등 아무래도 욕심을 부렸다. 그게 친아들 세종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욕심이었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캐릭터로 이해했다. 그래서 내가 보듬어야 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짠했던 순간이 있었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몰입이 잘됐던 신인데 회장님의 기억이 다 돌아오고 만행이 밝혀져 고백하는 장면이다. 당시 (지)현우선배가 다리를 떨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나는 집에 있다 뛰쳐나오는 거라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다. 찬 바닥에 앉아 우는데 그 순간 사라가 됐더라. 연기할 때 어떻게 찍었는지 몰랐다. 집에서 모니터하는데 계속 돌려봤을 정도였다. ‘내가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 내내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제작진, 배우들과 회식이 많아서 단단하게 뭉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어 각박한 세상이다. 반대로 더 끈끈해지고 뭉치게 된 점도 있다.”
-악플 때문에 SNS를 닫기도 했는데. “극 중 사랑의 만행이 도를 넘었을 때 화가 난 시청자들이 악플을 많이 달았다. 친한 작가님의 전시회를 갔다 그림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거기에도 악플을 달렸다. 또 너 어디 살지? 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해서 이사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무서웠다. 악플에 상처를 받아 연기를 살살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 내 자신이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악플에 신경 쓰지 말라는 디엠을 받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소금으로 맞았을 때. 태어나서 소금으로 처음 맞았는데 아팠다. 뺨 맞은 것보다 더 서럽기도 했다. 그 기분은 하… 맞아봐야 안다. 찬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소금으로 맞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옷을 갈아입느라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소금이 나오기도 했다.”
-많이 웃은 장면도 있나. “이미 기사가 났는데 프러포즈를 받고 키스하려다 밀었는데 구두 굽이 블록에 끼어서 넘어졌던 장면이다. 원래는 살살 밀어 옆으로 넘어지려는 의도였는데 정말 제대로 넘어져 제작진이 다 웃었다. 미운 사라가 넘어지니 통쾌해하는 것 같았다.”
-애드리브도 시도했나. “회장님이 22세로 돌아갔을 때의 데이트 장면에서 꽤 애드리브가 많았다. 극장 신에서 너무 신나 적극적으로 팔짱을 꼈다. 팝콘을 먹여주는 신에서 회장님에게 팝콘을 먹여주고 나서 저도 주셔야죠 하는데 영국이 너무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우리 이제 각자 먹죠’라는 장면이 애드리브였다. 사라가 열이 받아서 팔짱을 끼는 장면에서 현우 선배와 빵 터졌다.”
-캐스팅은 어떻게 됐는지. “처음부터 조사라 역할을 보고 들어갔다. 감독님, 작가님과 미팅 때 뻔뻔해야 할 캐릭터라고 설명을 들었다. 촬영 전 대본 리딩을 두 번 했는데 그 후 이미지가 바뀌었다.”
-이세희에게 조언했다고 들었다. “내가 신인 때 놓쳤던 부분들을 얘기했다. 더 예쁜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나는 신인 때 너무 몰랐거든. 화면에 조금 더 예쁘게 나올 수 있는 팁이나 화가 난 단단이가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캐릭터적으로 더 예뻐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을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소속사 사무실에 큰 그림을 그려달라는 메시지를 적었던데. “회사 대표님과 함께 일한 지 10년이 다 돼간다. 워낙 친해 가족 같다. 작품이 끝나면 곧바로 이제 어떡해? 빨리 일 달라고 재촉한다. 나를 되게 마음 아파한다. 잘 되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쉬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나한테 맞는 옷을 입혀달라는 의미로 썼다. 큰 그림은 한 30% 그려졌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방송국에서 일하다 죽고 싶다고 종종 말한다. 지현우 선배가 ‘너는 이 직업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오래 할 거야’ 라고 했다. ‘맞다고, 저는 죽을 때까지 할거에요’라고 했다. 배우는 수명이 없지 않나.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하고 싶다. 늙어서도 자식보다 돈 잘 벌고, 손주에게 용돈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운동을 잘하고 좋아한다. 신인 때부터 하지원 선배가 롤모델이다. 기황후에 출연했었는데 선배가 너무 멋있었다. 액션을 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 장르물 시켜달라! 준비돼있다. 뮤지컬도 하고 싶다. 무대에서 춤추고 연기하는 배우 말이다. 로코도 하고 싶다. 나는 60년 배우생활을 할 거라 급하게 욕심내고 싶지 않다. 호호호. 쉬지 않고 뭐든 하고 싶다.
-올해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골프에 푹 빠져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골프 라운딩을 하고 있다. 버디 하나는 꼭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