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초대 대회에서 뛰었던 이승엽 감독은 17년이 지난 이번 5회 대회에서 ‘깜짝’ 소환됐다. 미국 대표팀의 트레이 터너가 대회 4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이승엽의 기록에 한발짝 다가섰기 때문.
이승엽은 2006년 초대 대회에서 총 5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 기록은 무려 17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2017년 4회 대회에서 블라디미르 발렌틴(네덜란드)이 4개를 쏘아 올리며 이승엽의 기록에 바짝 다가섰으나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했다. 2023년 4개의 홈런을 때려낸 트레이 터너가 17년 묵은 대기록에 다시 도전한다.
아무도 깨지 못한 대기록. 이승엽 감독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1일 KT 위즈와의 수원 시범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승엽 감독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두산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스처와 함께 한국 대표팀이 조기 탈락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이 감독은 “대기록 관련해서 큰 의미는 없다. 한국 대표팀이 세 번 연속 실패를 겪은 것이 안타깝고, 야구인으로서 죄송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부진이 길어지면 우리 대표팀이 다른 나라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박힌다. 다음 대회땐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마음이 무겁다”라고 답했다.
한편, WBC의 결승전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로 확정됐다. 미국이 20일(한국시간) 열린 준결승전에서 쿠바를 14-2로 완파한 데 이어, 이튿날 일본이 멕시코에 6-5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 대진표가 완성됐다.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22일 오전 8시에 열린다. 터너가 이승엽의 대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