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비결을 물어보았는데 ‘감(感)’이라고 답한다면 둘 중 하나이다. 가르쳐 주기 싫거나 아니면 자신도 모르거나!
독자가 롱 퍼팅을 홀에 가까이 붙이지 못해서 3퍼팅을 자주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상수(上手)에게 롱 퍼팅 잘 하는 비결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 상수가 ‘롱 퍼팅은 감’이라고 답했다면 아마 그도 정확한 답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한 때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에 오른 박인비 선수도 ‘퍼팅은 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흠흠. 그렇긴 그렇다. 박인비 선수는 가르쳐 주기 싫어서 그렇게 답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세계 최고의 퍼터가 되기까지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을 구구절절 설명해본들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프로 골퍼가 되기 전에 이미 롱 퍼팅을 곧잘 했다. 퍼팅 감각을 타고 났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감각을 타고 났다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체육 성적이 고작 ‘미’일까? 수우미양가 할 때 그 미 말이다.
뱁새도 처음에는 3퍼팅을 밥 먹듯이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귀인을 만났다. 그 귀인은 뱁새 언론사 후배였다. 뱁새 보다 핸디캡이 조금 높은 하수였다. 그런데 롱 퍼팅만큼은 기가 막혔다. 작은 내기를 할 때 그 후배가 먼 거리 퍼팅을 남기면 뱁새는 ‘3퍼팅을 하겠구나’ 하고 못된 기대를 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 후배는 어김 없이 갖다 붙였다. 그는 라운드를 거듭해도 변함 없이 롱 퍼팅을 잘 했다. 그제서야 뱁새는 남다른 비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존심을 꺾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자신이 롱 퍼팅을 하는 비법을 감추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뱁새는 겸손하게 마음을 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디지털 퍼팅 연습기를 산다. 스트로크를 하면 얼마나 멀리 굴러갔는지 계기판에 숫자로 보여주는 연습기 말이다. 일단 그 연습기로 거리를 익힌다. 5m를 치려고 마음 먹으면 5m가 나오고 10m를 보내겠다고 작정하면 10m가 계기판에 찍힐 때까지 말이다. 실전 퍼팅 그린에서는 그 거리가 정확하게 들어 맞지는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디지털 퍼팅 연습기가 기준으로 삼은 그린 빠르기와 실전에서 맞닥뜨리는 퍼팅 그린의 빠르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실전에서 퍼팅 연습을 거듭해서 줄인다. 실전 퍼팅 그린에 가서 최대한 평평한 곳을 찾는다. 그런 다음 퍼팅 연습기로 10m 나갈 스트로크를 해 본다. 그럴 때 몇 m나 나가는 지를 재 본다. 예를 들어 퍼팅 연습기에서 10m 나갈 힘으로 스트로크를 했는데 실전 연습 그린에서 7m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실전에서 10m를 치려면 퍼팅 연습기에서 15m 가까이 보낼 스트로크를 하는 식이다. 살짝 다른 식으로 연습하기도 한다. 실전 연습 그린에서 10m를 잰 다음 연습 퍼팅을 해 본다. 퍼팅 연습기에서 몇 m쯤 나가게 쳐야 실전 연습 그린에서 10m가 나가는 지 가늠해 보는 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실전 연습 그린에서 10m를 치려니 퍼팅 연습기에서 13m 나가는 스트로크를 하면 된다고 치자. 그러면 실전에서 20m를 칠 때는 퍼팅 연습기에서 26m 보낼 힘으로 치는 식이다.
여기까지는 뱁새도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실전에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 않은가? 하수 후배는 한 단계 더 깊은 비결도 털어 놓았다. 경사가 심한 정도에 따라 거리를 더하거나 뺀다고 말이다. 어떻게 더하거나 빼냐고 뱁새는 당연히 물었다. 후배는 경사 정도에 따라 10%, 20%, 30% 하는 식으로 가감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그 정도를 정하느냐고 물었다. 그건 경험이 쌓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중에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뱁새도 알 수 있었다. 경사가 조금 있다면 거리를 10%만 더하거나 뺀다. 그 보다 경사가 더 심하다 싶으면 20%를 가감하고. 경사가 제법 심하면 30%나 40%를 감안하면 맞았다. 경사가 심한 2단 그린 아래에서 위로 보낼 때는 거리를 두 배로 보아야 하는 구간도 있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복합 경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나중에 뱁새 스스로 터득했다. 처음에는 오르막을 계산한 다음 내리막을 빼는 식으로 거리를 가늠했다. 예를 들어 10m까지는 오르막 10% 경사이고 나머지 10m는 내리막 20% 경사라고 치자. 이럴 때는 오르막을 11m로 보고 내리막을 8m로 셈한 다음 둘을 더해서 총 19m를 치는 식이다. 나중에는 골프 공과 홀의 높낮이 차이만 감안해 한 눈에 가감할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올라가다가 내려가는 식이지만 공과 홀이 같은 높이라면 굳이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냥 평지로 보는 식으로 말이다.
급한 내리막은 바로 내리막 직전까지 거리만 굴리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m까지는 평지이고 거기서 2단 그린 아래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치자. 이 때는 10m를 살짝 넘는 11m까지만 보내고 나머지는 중력에 맞기는 식이다.
이렇게 연습을 거듭하면 나중에는 그린 스피드만 듣고도 얼마나 쳐야 할 지 ‘감’이 생긴다. 그것이 뱁새가 롱 퍼팅을 하는 ‘감’의 비결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