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 (사진=이든나인 제공) “그동안 저 안 놀았어요. 내면을 채우려고 노력했죠. (웃음).”
‘신비주의’라는 수식어 덕일까. 유독 이나영의 공백기는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일지, 그의 3년 만 안방 복귀작 ‘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이나영의 존재감을 빛냈다. 다양한 것들로 채웠다는 ‘내면’이 복잡다단한 감정의 표현으로도 분명 연결된 터다.
종영에 맞춰 일간스포츠와 만난 이나영은 “다시 해본대도 또다시 ‘0’에서 시작할 것 같다. 언제 해봐도 어려울 연기일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은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20년 지기 세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다. 여성이 주도하는 심리 스릴러물로 고정 시청층을 형성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로 막을 내렸다.
이나영과 정은채(강신재 역), 이청아(황현진 역)의 케미스트리도 단연 호평 포인트였다. “다 멋있지 않나요? 각 캐릭터가 워낙 다른데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은 점도 좋았어요. 현장에서도 친해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느낌을 받았죠.”
이나영이 연기한 윤라영은 극중 삼인방의 중심이다. 이들과 함께 차린 여성 범죄 피해 전문 로펌 L&J의 셀럽 변호사지만, 20년 전 삼인방이 가장 숨기고픈 데이트 폭력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나영은 언론과 대중을 상대하는 강단 있는 모습과 동시에 자신 같은 피해자와 공명하고 트라우마를 견디면서 가해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이를 두고 이나영은 어려웠다고 단언하며 “변호사 역할이라면 ‘대사만 잘 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연기하려니 뉴스 장면조차 모든 게 감정 신이었다”고 떠올렸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하는 장면에선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으며 ‘아너’ 촬영 중 초대받아서 봤던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을 통해서도 느낀 바가 많았다고 했다.
“어떤 아픔이고 공포감인지 저는 상상으로만 알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제 표현이 과하지 않은지 감독·작가님과 이야기 나눠가며 설득당한 그 감정을 믿고 표현했어요.” 배우 이나영 (사진=이든나인 제공) 남편 원빈도 재밌게 본 작품이라고 했다. 이나영은 “원빈이 ‘이거 이런 거지?’라며 계속 제 눈치를 봤다”며 “우린 연기에 대해 디테일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는다. ‘잘 넘어갔는데?’ 놀리는 투였다”고 웃었다.
“막상 만나보니 저 괜찮지 않나요? 그런데 돌아서면 ‘신비주의’라고 기사가 나더라고요.”
극중 세 친구가 “샌드위치가 아닌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는 이나영은 확실히 작품 속 얼굴들과 달리 털털했다. 그간 내면에 또 무엇을 채웠는지 묻자 ‘춤’이라고 들려주면서 “제가 좀 삐그덕거린다. 그래서 너드 캐릭터나 블랙코미디도 좋아한다”며 대화가 튀기도 했다.
차기작은 금세 볼 수 있는지 묻자 “당분간은 또다시 내면을 채울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다음에 무엇에 사로잡힐진 모르겠다”면서도 “과거보다 장르나 캐릭터가 세분화됐다보니 배우로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아너’를 하며 배운 점이 많아요. 어떤 상처나 아픔을 덮기보다 기다려 주고, 들어주는 것이 우리에게 죽을 때까지 계속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빨리 괜찮아지지 않아도 다그치지 않는 게 저는 좋았어요. 그게 메시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