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많은 의미를 갖지 말자 싶었는데 와 보니까 또 이게 안 되네요(웃음).”
연상호 감독이 신작 ‘군체’로 오랜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연 감독은 1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에 데 콩그레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비행기 타고 오는데 친한 사람들끼리 좋은 곳에 가는, 효도 관광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보통 영화제가 어워드가 있고 페스티벌이 있는데, 칸은 페스티벌 중 최고가 아닐까 해요. 확실히 축제의 느낌도 나고요. 영화에 미친 사람들이 가득하죠. 그 사람들이 저희 영화를 보려고 기다려주시는 걸 보니 너무 보람됐고 감격스러웠어요.”
지난 16일 공식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군체’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봉쇄된 건물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 감독은 이를 통해 집단 지성, 소통의 불안정함을 이야기한다.
“AI가 막 시작될 무렵, AI 알고리즘이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란 걸 알게 됐고, ‘그럼 인간과 차별점은 뭐지? 보편적 사고의 총합 반대는 뭐지?’ 생각했죠. 개별성과 거기서 오는 소수자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닐까 했어요. 그때 ‘지옥’ 작업을 하다가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성이 뭐가 문제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았고, 최규석 작가와 이걸 영화로 해봄 직하다고 한 거죠.”
연상호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이 이야기를 좀비물로 푼 이유를 묻는 말에는 “AI 발전 과정이 약간 기괴했다. 예를 들면 딥러닝 방식이 다르니까 얼굴 이미지는 잘 만드는데 손가락을 못 만든다. 근데 좀비도 비슷하다. 사람이라면 실수하지 않을 법한 실수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장황한 설명이 아닌 직관적 서스펜스와 경험 중심의 영화로 풀어내고 싶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연출하면서는 좀비들의 움직임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앞서 ‘부산행’ 좀비들에게 본 브레이크 댄스에서 착안한 기괴하게 몸을 꺾는 동작을 줬던 연 감독은 이번에는 현대 무용수들을 기용해 조금 더 유기적이고 집단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이번에는 군집을 표현해야 하는 이슈가 있어서 현대 무용수들을 섭외했어요. 그들에게는 아방가르드한 면이 있죠. 실제로 와서 하는데 하나하나 너무 잘 만드는 거예요. 사람과는 또 다른 움직임이었죠. 촬영장에서도 다음 신 준비할 때 보면 그냥 쉬지 않고, 자기들끼리 뭘 같이 몸으로 표현하고 만들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좀비의 대척점에 있는 생존자 그룹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연 감독은 “두 집단 중 한쪽은 진화하기 시작하고 한쪽은 급격히 퇴화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퇴화 끝에 남는 건 인간성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구조로 구상했다”고 짚었다.
연상호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생존자 그룹을 이끈 전지현에게는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만나기 전에는 “톱스타 특유의 골질이 있을 거란 공포가 있었다”는 연 감독은 “실제 만나보니 그렇지 않았다. 정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초기 현장에 출연진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들이 지루하지 않게 진두지휘하더라고요. 주연 배우가 그러면 사실 전체 분위기가 좋아져요. 그럼 스태프들도 일하기 편하죠.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어지니까 전반적인 퀄리티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액션신에 부상자도 없고요. 이번이 그랬죠.”
그럼 전지현과 다음 작품도 함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전지현 프로젝트가 몇 개 있다”면서도 “프로젝트 구상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받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와 회의할 때도 ‘전지현이 할 거 같아? 그렇게 하면 안 돼. 망해’라고 해요. 하여튼 마음을 다잡고 쓰고 있긴 한데 이걸 하려면 일단 ‘군체’가 잘 돼야 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