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눈으로 말할 줄 아는 배우가 됐다. 반달 눈매에 미소부터 눈물까지 아우르며 신예은이 ‘닥터 섬보이’로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일 첫 방영한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는 인기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이재욱)가 악명 높은 섬 ‘편동도’에 입도해 간호사 육하리(신예은)를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자체 최고 5.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반환점을 돈 직후 주춤했으나 신예은의 ‘드라마 퀸’ 면모가 정면으로 드러나 호평받고 있다. 극중 그가 연기한 육하리는 육지에서 일하다 고향 편동도의 보건지소로 돌아온 간호사로, 당돌한 성정 뒤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다.
앞서 영화제의 엄숙함마저 애교로 찢은 신예은의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옮겨둔 캐릭터로 어렵지 않게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도지의의 바다 트라우마와 얽힌 첫 만남부터 기꺼이 ‘선을 넘어’ 그를 챙기면서 햇살형 여주로 첫인상을 형성했지만, 중반에 접어들수록 육하리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드러내면서 이야기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신예은은 로맨스물의 설렘과 휴먼물의 고난이라는 이야기의 두 축을 절묘한 균형으로 아우른다. 한 회에서만 청춘 남녀가 사랑에 불이 붙었다가 일 앞에선 사회초년생 의료인의 서툰 딜레마를 오가는 에피소드 중심부에서 활약한다.
도지의 역 이재욱의 ‘찐텐’ 미소를 부른 육하리의 귀여운 술주정이나,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끙끙 앓다가 날린 사이다는 이제 와선 신예은의 특기 분야로 느껴질 정도로 친숙하다. 하지만 육하리의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 오미자(길해연)의 말기암 치료 거부 에피소드는 신예은의 깊어진 연기폭을 확인시켰다.
6회 말미 도지의에게 “우리 할머니 마음 돌려줘요. 못해요? 선생님은 환자 뜻을 존중해야하는 의사니까?”라고 쏟아내던 장면에선 격노보단 찬찬히 무너지는 과정을 표정으로 담아내더니, 7회 말미 도지의의 설득을 들으면서는 대사 하나 없이 육하리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말은 삼키고 눈물만 쏟는 호흡 조절이 큰 인상을 새긴 터라, 곧장 이어진 할머니와의 이별 신의 절규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메가폰을 잡은 이명우 감독도 신예은의 해맑은 에너지 뒤 내면을 알아봤다. 이 감독은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인물이 점차 변화하는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작품 밖의 행보도 기특하다. 상대역 이재욱의 군입대 부재와 또래 후배 배우들을 이끌게 된 신예은은 ‘홍보 요정’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자신의 SNS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열고 직접 ‘닥터 섬보이’의 각종 장면 비하인드를 공개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또한 신예은은 직전작이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였던 만큼, 동시 공개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의 흥행 견인도 일조하고 있다.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 ‘닥터 섬보이’는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톱10 TV쇼 8위(23일)를 기록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