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한화전 승리 후 최형우를 질책하는 삼성 정현욱(왼쪽)과 2026년 8월 1일 한화전 승리 후 장준원을 쏘아 보는 KT 김현수(오른쪽). 사진=MBC LIFE, KBS N SPORTS/티빙 중계화면 캡처
'야, 웃음이 나오냐?'
지난 2010년 4월 20일, 삼성 라이온즈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6-3 대승을 거둔 직후 중계 화면에 잡힌 선수단 하이파이브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투수조 베테랑이었던 정현욱이 굳은 얼굴로 누군가를 질책하는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다. 대상은 경기 막판 실책을 저지른 최형우였다. 막판 집중력을 잃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뒤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후배를 향해 대선배가 따끔한 질책을 했다. 이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고 4년 연속 통합 우승(2011~2014년)을 차지한 삼성 '왕조'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그로부터 16년 뒤, 수원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8월 1일 KT 위즈와 한화의 맞대결. 7-4로 승리한 KT 선수단의 하이파이브 순간이었다. 베테랑 김현수가 16년 전 정현욱처럼 굳은 얼굴로 누군가를 쏘아보고 있었다. 시선이 향한 곳은 이날 9회 포구 실책을 범한 유격수 장준원이었다. KT는 7-4로 앞선 9회 2사 후 장준원의 포구 실책으로 타자 주자 박정현을 출루시킨 데 이어, 대타 이진영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렸던 터였다. 마무리 박영현이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냈지만, 장준원의 실책이 없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김현수가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장준원을 향해 이른바 '레이저'를 쏜 것이다.
이튿날(2일) 경기 후 김현수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제 집에 갈 때까지 (장)준원이를 계속 쳐다봤다"는 그는 "사실 장난이었다. 준원이와는 평소에도 이 정도 장난을 많이 친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레이저'에는 분명 진지한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김현수는 "항상 경기 뒤로 갈수록 집중하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편이다"라면서 "개인적으로 아슬아슬한 경기 양상을 정말 싫어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는데, 잘되든 못되든 정말 힘들지 않나. 그런 상황을 애초에 안 만들려면 마지막까지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막판 집중력을 거듭 강조했다.
2일 수원 한화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KT 장준원. KT 제공
KT는 2일 수원 한화전에서 12-1 대승을 거두며 6연승을 질주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김현수에게 '레이저'를 맞았던 장준원이 홈런 포함 2안타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결자해지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2위 삼성과의 격차를 1경기 차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마음가짐 하나가 팀을 바꾼다. 16년 전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KT 역시 김현수를 중심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