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프라다(Prada)를 이끄는 미우치아 프라다는 그룹 산하의 또 다른 명품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의 브랜드 철학을 이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어릴 적 애칭을 딴 미우미우를 통해, 절제되고 세련된 브랜드인 프라다와는 또 다른 결의 시도들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즉, 미우미우는 그녀 안에 자리한 창의성과 반항성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놀이터였다.
현대카드가 카드사 최초로 상품과 서비스, 디자인, 서체 등 전 영역에서 다른 정체성을 담은 독자브랜드 ‘알파벳카드’를 선보인 것은 프라다의 미우미우 론칭과 비견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론칭할 때 일반적으로 상위 브랜드 이름을 얹어 신뢰를 공유하는 ‘엔도스드 브랜드’(Endorsed Brand)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알파벳카드’는 고유의 정체성이 강하고 정제된 ‘현대카드’와 달리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정체성을 보여준다.
미우미우의 실험은 프라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프라다 본연의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했다. 나아가 프라다 그룹 전체의 스펙트럼을 개성과 트렌드를 중시하는 2030세대까지 확장시켰다.
‘알파벳카드’는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결과의 단초가 될 알파벳카드의 ‘달랐던 상상’을 5회에 걸친 브랜드 스토리로 풀어본다. <편집자 주>
‘카드를 받아서 봉투를 찢고 꺼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남짓. 그 짧은 찰나도 브랜드의 경험이 될 수 있을까.’
현대카드가 알파벳카드 패키지를 다루는 방식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신용카드 패키지는 오랫동안 배송과 보호를 위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봉투를 열어 카드를 떼어내고 나면 곧바로 버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이 짧은 순간조차 사용자 경험이자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한 영역으로 바라봤다. 패키지를 단순한 물품 전달 수단이 아니라, 카드를 손에 쥐기 전 브랜드가 회원의 일상에 건네는 첫 인사로 정의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일찍부터 패키지에 고유한 철학을 담아왔다.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의 패키지를 책 형태로 제작해 ‘더 북’(the Book)이라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카드를 신청하고 받아보는 과정 전체를 한 권의 책을 읽는 듯한 경험으로 전환한 시도였다. 개봉하는 동작 하나까지 세심하게 설계해 일관된 인상을 전달하는 전통은 알파벳카드 패키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알파벳카드 패키지의 핵심은 ‘카드를 꺼내는 직관적인 동작’에 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는 메탈과 플라스틱이라는 플레이트 소재의 차이에 맞춰 개봉 방식도 두 가지로 다르게 구현했다.
메탈 플레이트 패키지는 카드를 하나의 조형 작품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개봉 전부터 메탈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과 단단한 직육면체 구조로 기대감을 높인다. 패키지를 앞으로 당기면 가이드북이 담긴 내부 박스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오며, 동시에 하프 메탈 플레이트가 세로로 곧게 세워진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사진 현대카드 제공]
박스를 여는 동시에 카드와 눈을 맞추게 되는 팝업(Pop-up) 구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 짧은 팝업 동작을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박스가 끝까지 안정적으로 이동하는지, 플레이트가 너무 빠르거나 둔하게 세워지지는 않는지, 내부 마찰감과 각도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차이까지 브랜드 경험으로 완성하기 위한 세공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플라스틱 플레이트 패키지는 경쾌함과 일상에서의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정형화된 가로형 봉투 규격에서 벗어나 한층 날렵한 세로형 구조를 적용했다. 한 손에 쥐어지는 슬림한 인상이 특징이다.
안내서 안쪽에는 ‘알파벳카드 라이프의 시작을 환영합니다’라는 문장을 숨겨두었다. 카드를 꺼내기 직전의 찰나에도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브랜딩의 의도를 전하기 위해서다. 안내서와 가이드북 전면에는 앞서 선보인 알파벳카드 전용 서체를 과감하게 적용해 패키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카드를 단순히 결제 기능만 하는 상품으로 다뤘다면,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내는 동작 하나에 이토록 많은 의도를 담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능에만 집중하는 상품은 사용자의 기억에 아무런 잔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러나 브랜드는 첫 마주침의 순간부터 차별화된 기억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현대카드가 알파벳카드 패키지의 구조와 문장, 손끝에 닿는 촉감까지 세밀하게 다듬은 이유다. 카드를 전달받아 봉투를 열고, 플레이트를 세워 올리는 동작. 알파벳카드는 카드를 받아서 사용하는 첫 10초의 순간마저 밀도 높은 브랜드 경험으로 다시 바꿨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