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인왕까지 했던 선수가 은퇴까지 고려했다. 두 번의 드림투어 강등, 10년 동안 이어진 무관에 그런 생각이 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의 도움 속에 장은수(28·굿빈스)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2026년 8월 9일, 10년 만에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벗어냈다.
장은수는 9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치며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친 장은수는 강채연(23·퍼시픽링스코리아) 문정민(24·동부건설)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장은수는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016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장은수는 2017년 준우승 1회, 톱10 7회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을 얻지 못하며 '무관의 신인왕'에 머물러야 했다. 총 186번의 대회에서 우승 없이 준우승 세 차례, 상위 10위 21차례에 그친 그는, 이날 187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9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장은수. 사진=KLPGA 제공
장은수가 신인왕을 받은 2017년은 현재 KLPGA 투어 최다승(20승) 고지를 밟은 박민지(28·NH투자증권)와 2022년 대상을 받은 김수지(28·동부건설) 등 쟁쟁한 선수들이 나온 해였다. 하지만 장은수가 이들을 제치고 당당히 신인왕을 수상했다.
장밋빛 미래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장은수는 2020년 정규투어 시드를 잃고 2021년을 드림투어(2부)에서 뛰어야 했다. 이후에도 정규투어와 드림투어를 오가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 나선 장은수는 "사실 드림투어로 떨어지면서 골프를 그만 쳐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두 번째로 다시 드림투어에 내려갔을 때, 많이 허무했던 것 같다. 그동안 해온 게 다 물거품이 된 느낌이고 다시 정규투어에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원래 긍정적인 편인데, 2024년 끝나고는 '이제 나는 안 되나' 생각이 커서 골프 지도를 받는 박정훈 프로님에게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 거 보니까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정말 많이 말했다. 하지만 박 프로님이 '너 골프 좋아하는데 그만두면 분명 후회할 거다'라면서 다독여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9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장은수. 사진=KLPGA 제공
신인왕 이후 부침을 겪은 이유에 대해선 "욕심도 많이 생기면서 스윙도 많이 고치고 안 좋은 길로 빠져 들었다. 불안한 감정도 들고 골프가 어렵다는 걸 느끼면서 더 안 좋게 흘러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주변의 응원을 받은 그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장은수는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상금 순위 7위로 올 시즌 정규투어에 복귀했다.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살아났다.
돌아온 장은수는 지난 6월 열린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2018년 이후 9년 만에 준우승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는 "투어를 뛰면서 노련미도 많이 생기고, 더헤븐에서 챔피언조에서 뛴 게 도움이 많이 됐다. 그때와 달리 오늘은 우승 생각을 많이 해서 긴장도 하고 샷도 잘 안나왔는데, 오늘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전했다.
9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장은수. 사진=KLPGA 제공
기다림 끝에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장은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 물 세례'를 드디어 받았다. 보통 물 세례를 받는 우승자는 머리를 감싸거나 물을 피하기 마련인데, 장은수는 온 몸으로 물을 모두 받아냈다. 그는 "'내가 이 물을 맞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 플레이가 너무 안 돼서 우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우승하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제 목표는 '2승'이다. 장은수는 "2026시즌 시작하면서 목표는 첫 우승이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이뤄졌다"라며 "다음 목표는 2승을 하는 것이다. 하반기 첫 대회에서 좋은 흐름을 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투어 10년 차다. 나이가 많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길게 보고 오래오래 골프를 치고 싶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함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