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혁오 뮤직비디오 캡처
조상의 행적을 연좌제처럼 묶어서 후손과 창작자 전체를 단죄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밴드 혁오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이번 논란은 혁오가 발매한 신곡 ‘갓스피드!’ 뮤직비디오에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출연하며 시작됐다. 그가 일제강점기에 제29대 일본 총리를 지낸 이누카이 쓰요시의 외증손녀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누카이 쓰요시가 제국주의 사상을 드러낸 글이 퍼지면서 광복절 직후라는 공개 시점과 맞물려 대중의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앞서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역사적 상처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중이 느끼는 정서적 거부감과 시기적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중의 역사적 감수성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창작자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피드백이다. 사진제공=혁오 뮤직비디오 캡처
그러나 정서적 아쉬움과 창작자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혁오 측은 “안도 사쿠라의 모습을 통해 반복과 정체의 시간을 지나는 순간을 영화적으로 담아냈다”며 그의 연기력과 몰입감에 집중해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혁오 측의 설명대로 예술적 완성도와 배우의 역량을 고려한 선택을 조상의 역사와 결부해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개인이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묻는 ‘현대판 연좌제’는 신중해야 한다.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당사자의 언행이나 사회적 논란을 검증하는 것과 수 세대 전 가계의 이력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가계 검증을 당연시한다면 창작자는 부당한 검열의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곧 창작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밴드 혁오. 사진제공=IS포토
혁오의 음악적 의도와 작품성까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의 가문과 묶어 평가절하하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과 개인에게 조상의 행적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창작자의 의도, 그리고 조상의 역사를 분리해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